박기형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

최근 수면제를 복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혹시 치매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과연 수면제를 오래 먹으면 치매가 걸릴까?

최근 연구들을 봐도 ‘그렇다, 아니다’ 말들이 많다 보니 더 걱정이 큰 듯싶다.

수면제 종류는 크게 벤조디아제핀 계통과 비벤조디아제핀 계통의 수면제 그리고 멜라토닌 계통이 있다. 간혹 수면 효과를 나타내는 항우울증 약물이나 항정신병약물도 환자 증상에 따라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벤조디아제핀 계열은 모두 ‘GABA’라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수용체에 작용하기 때문에 진정 작용과 수면 효과를 함께 지닌다.

비벤조디아제핀 계통 수면제는 선택적으로 GABA 수용체에 작용해 수면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런 부작용은 없지만 일시적 기억장애를 유발할지 모르고 섬망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모든 수면제는 의존성이 있다는 점에서 가능한 1개월 미만으로 단기간 사용하는 편이 좋다.

하지만 수면제를 사용하는 분들 중 끊지 못하고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경우 치매가 많이 걸릴까?

여러 연구에서 아직은 확실히 결론 나지는 않았지만, ‘수면제를 장기간 사용하면 치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쪽으로 더 기울어졌다고 보면 된다. 연구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도, 연관성이 없다는 연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관성을 보인다는 연구가 좀 더 많다.

특히 벤조디아제핀 계열 수면제 사용이 인지 저하와 치매 위험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들은 많다. 벤조디아제핀을 장기간 사용하는 사람들의 치매 발생이 1.5배에서 2.4배나 높아진다고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2018년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서 수면제를 복용하는 26만 명을 분석한 연구가 있는데, 어떤 수면제든지 장기 복용하면 알츠하이머병 치매 위험성이 1.7배 높아진다고 보고했다.

그러면 수면제가 왜 치매 위험을 높일까? 그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벤조디아제핀 계통 수면제들이 GABA라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을 촉진시켜서 수면을 유도하는데, 이 GABA 수용체가 해마 등 뇌조직에 많아 수면제를 장기간 복용하게 되면 뇌의 시냅스 가소성이 떨어지고, 해마에서 새로운 기억이 저장되는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수면제와 치매가 연관이 없다는 반대되는 주장에서는 ‘z-drug’과 같은 비벤조디아제핀 계통 수면제는 치매 유병률을 높이지 않는다는 연구들도 있고, 드물지만 벤조디아제핀 계통 약물들 또한 치매 위험성과 연관이 없다는 연구들도 있다.

불면증이나 우울증 그리고 불안증과 같은 증상은 치매 환자들에게서 치매 증상이 보이기 수년 전부터 먼저 나타나기 때문에 치매 소인을 가진 사람들이 벤조디아제핀 계통 수면제를 복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수면제가 치매를 일으키는지 인과관계에 대해선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해 보인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수면제를 장기간 사용할 경우 치매뿐 아니라 고령일 경우 낙상, 운전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감염과 호흡기 질환이 악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가능하면 1개월 이내로 짧게 사용하는 게 좋다.

더구나 수면제는 불면증의 일차 치료 방법이 아니고, 인지행동치료라고 하는 비약물치료를 먼저 한 후 시행하는 이차 치료법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박기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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