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훈 ㈜에코인사이트 대표
정연훈 ㈜에코인사이트 대표

심한 폭서에 초췌해진 풀 이파리들이 실신한 상태로 비틀어졌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엔 구멍이 뚫려 장대비를 쏟아낸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장마는 홍수를 불러온다. 홍수는 더 이상 기후만의 문제가 아니다. 데이터 홍수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원인은 자동차나 공장의 배기가스, 폐기물 처리 과정의 발생 가스, 집약 축산 과정에서의 발생 가스 등이다. 전술한 여러 가지 원인 중에서도 최근 들어 가장 문제가 되는 가스는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의 발열로 인한 CO2다. 

데이터센터는 각종 데이터를 모아 두는 시설로 서버를 적게는 수백 대, 많게는 수만 대 동시에 운영한다. 컴퓨터 시스템과 관련 하드웨어 장비를 저장하는 물리적 위치로서 여기에는 서버, 데이터 스트리지 드라이브, 네트워크 장비와 같이 시스템에 필요한 컴퓨터 인프라가 포함된다. 모든 회사의 디지털 데이터를 저장하는 물리적 시설이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모바일기기,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활성화로 데이터가 폭증함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가 날로 늘어난다. 각종 데이터를 모아 두고 사용자가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동영상 스트리밍 등의 활동을 할 때마다 데이터를 전송해야 하기 때문에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운영된다. 글로벌 IT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사용량이 연간 1조9천736억kwh로 추산되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기사용량의 4배에 달한다. 

2022년 AhnLab이 발간한 보안이슈 정보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모든 데이터의 90%는 2015년 이후 생산됐는데, 2016년 생산된 데이터는 약 440억GB/일이었으나, 2025년에는 그 10배가 넘는 4천640억GB/일이 되리라 추정한다. 이 수치를 1년 단위로 계산해 보면 약 170제타바이트(ZB)로서, 2015년 10ZB에 비해 17배 증가한 수준이다.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으로 대두되는 이유는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막대한 양의 전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에서는 수천 대에서 수만 대의 서버와 컴퓨팅 장비가 운영된다. 이들은 전력을 많이 소비하고 동작 중 열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엄청난 열을 식히려면 에어컨, 냉각타워, 냉각수액 같은 추가적인 전기에너지가 필요하다. 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대용량 전기를 소비하며 백업 시스템이나 UPS(무정전 전원 공급장치) 등의 운영을 위해서도 전기에너지가 사용된다. 이로 인해 위에 언급된 만큼의 전기사용량이 나오게 된다. 이 전력을 생산하는 동안 CO2가 다량 배출돼 지구온난화로 직결된다.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공급하고자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경우 온실가스인 CO2가 다량 배출될 여지가 크다.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지구 연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대기의 수증기량이 많아져 평균 강수량이 늘어난다. 이로 인해 홍수와 가뭄이 발생하거나 빙하가 녹아 해수면 상승을 일으킨다. 또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 자외선을 흡수하고 차단하는 구실을 하는 구름의 성질과 분포가 변화해 대기의 자외선 흡수율을 떨어뜨린다. 이는 피부 노화와 피부암 발생률에 지장을 줄 우려가 존재한다. 따라서 지구온난화 가속화를 막는 데 전 세계가 노력해야 한다.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전력 절감이다. 데이터 폭증으로 인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데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간다. 프랑스 환경단체인 ‘시프트 프로젝트’에 따르면 온라인 영상 30분을 재생할 때 1.6㎏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이는 차로 6.3㎞ 운전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과 동일하다고 한다. 또한 영상 화질이 HD보다 4K인 경우 30%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전력 소비를 줄이려면 필요 이상의 화질로 영상 시청을 줄여야 한다. 

한 예로 페이스북은 북극의 바람과 수력을 이용해 기계 냉각을 돕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센터를 물속에 넣어 낮은 바닷속 온도를 이용한다. 애플과 메타도 2018년, 2020년 모든 데이터센터를 100% 신재생에너지로 가동 중이다. 또 네이버는 강원도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해 강원도의 찬바람을 기계 냉각에 이용한다. 산에서 내려오는 찬바람이 서버실 내부로 흘러들도록 설계해 열을 식히고, 버려지는 열은 겨울철 도로 열선으로 재활용한다. 외부 조명과 온실 난방은 태양열 발전으로 충당 중이다. 세종시 데이터센터도 빗물과 폐열, 자연풍과 수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에너지효율을 높였다. 

인간의 편의성을 위해 데이터센터는 필수불가결한 시설임에 분명하다. 다만, 데이터센터와 환경이 공존할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 우리가 정보를 이용할 때마다 데이터센터는 더욱더 뜨거워진다. 데이터 소비량은 점점 늘어감으로, 기업의 기술 개발은 물론 우리 개개인의 실천이 더욱 절실할 때다. 기업들은 더 적은 수의 장비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저장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냉각장치 사용을 줄이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 내야만 한다. 그리고 정부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개개인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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