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을 쓴 단테, 「파우스트」를 집필한 괴테,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 이들의 공통점은 고대 서양 문학의 정수로 일컬어지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서 문학적 영감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는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작가 호메로스의 작품이다. 「일리아스」는 트로이전쟁에서 활약한 아킬레우스 장군의 이야기가 중심축을 이루는 전쟁 서사고, 「오디세이아」는 전쟁이 끝나고 귀향하는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기원전 8세기 발표된 이래 현재까지 수많은 예술작품의 원형이 된 두 작품 중 오늘 소개하는 영화는 「오디세이아」를 기반으로 한 1954년 영화 ‘율리시스’다. 율리시스는 오디세이아 주인공인 오디세우스의 영어식 이름이다.

10년간 길고 지루하게 그리고 잔혹하게 전개되던 그리스와 일리온(현 튀르키예 지역)의 대치는 오디세우스의 전략으로 그리스가 승리하며 막을 내린다. 그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 전술이 빛을 본 순간이었다. 이제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기다리는 이타카 왕국으로 돌아갈 일만 남은 오디세우스는 이름값을 하는지 10년 동안 항해와 표류를 계속하며 목숨이 위험한 순간을 여러 번 맞닥뜨린다. 오디세우스의 이름은 ‘미움을 받는 자’라는 의미로, 거짓말에 능해 그렇게 불렸다. 그러나 좋은 쪽으로 보자면 오디세우스 만한 지략가도 드물었다.

선원들을 데리고 집으로 향하는 길고 긴 여정 중 먹거리를 찾아 외딴섬에 도착한 이들은 동굴에서 양떼를 비롯한 식량을 발견한다. 음식을 들고 나가려는 순간, 동굴 주인인 퀴클롭스와 만난다. 외눈박이 거인인 퀴클롭스는 당연히 이들을 곱게 보내 주지 않았다. 거대한 바위로 동굴 입구를 막아 버리자 오디세우스는 포도주를 만들어 퀴클롭스를 취하게 했다. 잠든 틈을 타 외눈을 찔러 실명한 퀴클롭스 앞에서 오디세우스는 농락하듯 약을 올리며 요리조리 달아나며 거인이 바위를 치우도록 유도한 끝에 무사히 탈출한다.

항해를 계속 하던 중 바다 마녀 세이렌을 만나자 선원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은 덕에 목숨을 건지기도 한다. 세이렌은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사람들을 홀려 배를 난파시키기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존을 위해 꾀와 재치 그리고 지략으로 어려움을 뚫고 고향인 이타카로 돌아온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미션은 아내 페넬로페를 지키는 일이다. 무려 스무 해 만에 고향 땅을 밟은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왕국에서 왕의 자리와 아내를 차지하려는 파렴치한 귀족들과 마주한다. 오디세우스는 100여 명에 가까운 구혼자들을 용맹하게 처단한 끝에 아름다운 아내, 아들과 뜨겁게 재회한다.

1954년 개봉한 영화 ‘율리시스’는 오디세우스의 귀향담을 2시간으로 압축해 제작한 판타지 영화로, 원작의 방대한 분량을 적절히 각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디세우스 역은 커크 더글라스가, 페넬로페의 구혼자 중 한 사람으로는 안소니 퀸이 등장하는데, 당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두 대배우의 연기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을 준다. 

이 작품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로운 모험과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결국 돌아갈 곳은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는 집이라고 말한다. 갖은 풍파를 겪고도 포기하지 않고 여정을 계속해야만 했던 그 원동력은 나를 포근하게 안아 줄 내 집, 내 가족이 그곳에서 기다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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