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과 용문산, 두물머리, 양평해장국, 옥천냉면을 비롯해 명소와 먹을거리가 즐비한 물 맑은 양평군이 요즘 수난을 겪는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을 두고 본의 아니게 전국에서 유명세를 치르며 군민들은 원치 않는 노이즈마케팅으로 곤혹스럽다. 

이 작은 농촌도시를 두고 ‘카더라, 어쩌구 저쩌구’ 하며 지역 사정과 다른 왜곡된 소식이 퍼져 나가고, 누구는 무엇을 걸겠다 하고, 누구는 고소·고발을 남발하면서 주민·공직자·언론인·아이들까지 ‘예타파’와 ‘수정파’로 갈라져 반목하는 꼴이 됐다. 이 모두가 백성을 근본으로 삼는 훌륭하신 정치·행정가들의 ‘바른 정치’ 탓이다.

양평은 경기도내에서 가평·연천군과 더불어 단 세 곳뿐인 군 단위 기초지자체다. 더구나 상수원보호구역, 수변구역, 자연보전권역, 개발제한구역 따위 중첩 규제로 제대로 된 공장 하나 세우기 힘든 도시로, 농업과 관광 위주로 생계를 이어간다.

게다가 수십 년 세월을 수도권과 가깝다는 이유로 무한 희생만 하란다. ‘특별한 헌신만 하다가 헌신짝처럼 버림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총선을 앞두고 승기를 잡으려고 여야 간 벌이는 정쟁에 휘말려 반목과 갈등, 갈라치기 땅이 되면서 흉흉하다. 군민은 원하지도 않는 데 말이다.

‘경전하사(鯨戰蝦死)’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얘기다. 강한 자들이 싸우는데 관련 없는 약한 사람이 피해를 입는다는 뜻이다. 양평군이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됐다.

정작 이번 사태를 야기한 정치인들은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듯싶다. 그들에게는 양평 발전보다 자신의 정치 입지 확보와 당내 인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양평군 안철영 국장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태와 관련해 항변도 못하고 억울한 상황에 빠진 듯 보인다. 조직 선후배, 동료, 군민, 지역언론인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은 잘 안다. 

그가 조직에서 몇 안 되는 도시계획 전문가로 군 발전에 이바지한 바가 크고 헌신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그저 잘못이 있다면 정치 중립 규정을 교묘하게 넘나들며 특정 정당을 옹호하고 승진을 위해 영혼을 팔면서 줄서기에 몰두한 일부 공무원처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행정직 공무원에 견줘 시설직 공무원들은 전문성이 있지만 조직에서 입지는 좁은 편이다. 

대체로 다양한 부서에서 경험을 쌓고 요직을 독점한 행정직에 비해 시설직은 특성상 특정 부서에서 오래 일하면서 경험과 전문성을 농축한다.

이번 사태를 보며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정권이, 자치단체장이 바뀐다 해도 그들은 그저 양평군 공무원일 뿐이다. 여당 공무원, 야당 공무원 따로 없다는 얘기다.

제발 여의도와 세종시에 계신 높은 양반들과 내년 총선에서 선출직을 꿈꾸는 지역 정치인들의 핵심을 비껴 가는 헛발질 정쟁은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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