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조 전 인천전자마이스터고등학교장
박영조 전 인천전자마이스터고등학교장

두 마리 고양이가 고기 한 덩어리를 놓고 싸움을 벌인다. 고양이들은 상대보다 조금 더 많이 먹겠다고 아우성이다. 마침 꾀 많은 원숭이가 이 광경을 목격하고 참견한다. "내가 공평하게 재판을 해 주겠다." 고양이들은 원숭이에게 고깃덩어리를 가져다준다. 원숭이는 일부러 크기에 차등을 둬 고깃덩이를 둘로 나눈다. 작은 것을 받아 든 고양이는 자기 것이 훨씬 작다고 불평을 터뜨린다. 그러자 원숭이는 큰 것을 받아 들고 한 조각을 베어 먹었다.

이번에는 다른 고양이가 자기 것이 작다고 불평한다. 원숭이는 또 다른 것을 한입 베어 먹는다. 이렇게 몇 번을 계속하고 나니 남은 것은 겨우 고기 한 점이다. 그제야 고양이들은 자신들의 싸움을 후회한다는 우화다.

불평은 후회를 낳는다. 저녁에 유난히 피로를 느낀다면 원인은 둘 중 하나다. 낮에 일을 열심히 했거나 종일 화를 내고 불평했을 가능성이 높다. 불평할 때마다 감사와 건강은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다. 불평이라는 말은 ‘평화가 없다’는 뜻이다. 평화가 없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마음과 감정, 생각과 시야가 높아졌기 때문에 불평이 나온다. 평화를 얻으려면 나를 낮추면 된다. 옥타브를 낮추면 된다.

우리는 행복의 인생 여정에서 어떤 옥타브를 낮춰야 할까? 첫째, 감정(感情)에 대해 한 옥타브를 낮추자. 비난, 비평의 옥타브가 높아지면 내가 그 사람보다 위에 서기 때문에 행복하지 못하다. 오히려 한 옥타브 낮춰 부드럽게 말할 때 싸움은 성립되지 않는다. 나는 아이들에게 목소리와 감정 표출을 한 옥타브만 낮추는 습관을 들이면 ‘우리의 삶은 더 부드럽고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고 말한다.

둘째, 지위(名譽)에 대해 옥타브를 낮추자. 행사에 초대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자리 배정으로 많은 오해와 뒤끝이 시끌시끌하다. 과거 군 시절 들은 이야기다. 행사 부관은 새벽부터 자기 지휘관을 상석에 앉히려고 행사장 상석 의자에 지휘관이 올 때까지 앉아 있다가 자리를 인수인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상석을 바라는 심리인지 모른다. 

또 행사장 맨끝에 앉아 있으면 청한 사람이 상석으로 권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상석에 앉으면 낮은 자리로 내려앉게 된다. 처음부터 낮춰 앉으라는 말이다. 스스로 자기를 높이려고 높은 자리부터 쳐다보지 말고 겸손하게 낮은 자리부터 골라 앉으면 호스트라는 주인이 나타나서는 낮은 자리에서 높은 자리로 올라와서 앉으라며 자신을 높여 준다. 그렇게 되면 나 자신은 낮췄지만, 다른 사람이 나를 높여 줬기 때문에 그 인생에 영광이 묻어나게 된다는 교훈이다. 사람들 앞에 진정한 높임을 받으려면 한 옥타브를 낮춰야 한다.

셋째, 소유에 대한 욕심을 낮춰 살자. 한자 ‘욕(慾)’자는 바랄 욕(欲) 아래에 마음 심(心)자가 있는 형태로, 얻고자 하는 마음을 뜻한다. 욕심에는 갖기 힘든 것을 갖고자 하는 마음, 약간 과한 바람이라는 의미가 내포됐다. 탐욕과 배고픔, 그 바탕에 깔린 소유에 대한 과도한 집착의 아픈 현실 속에서 함께 나누며 사는 세상을 상상해 보자. 인간의 욕망에서 무엇인가를 갖고 싶어할 때, 그 식욕과 소유욕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며 스스로를 욕망의 주인으로 여긴다. 때로는 모방욕망도 있다. 

욕망으로 인한 우리 안의 갈등과 싸움, 끝없는 경쟁의식의 원인을 우린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 끝없는 갈등과 싸움 속에 살아간다. 소유에 대한 욕심을 조금만 버리면 이웃 간에 좀 더 화목하게 살아가게 된다. 욕심은 끝없이 채워지지 않는다. 현명한 사람은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제 소유에 대한 욕심을 벗어나 한 옥타브만 낮춰 살자. 

인생 여정에서 감정, 지위와 소유에 대한 욕심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자기 중심에 머물렀던 생각을 이웃을 향한 쪽으로 한 옥타브를 낮추고 바꾸는 것이 생각의 진화다. 개인과 이웃,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비책(秘策)이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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