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 인천공예협동조합 이사장
윤성국 인천공예협동조합 이사장

한 분야 최고 권위자에게 붙여 주던 인간문화재라는 칭호가 언제부터인가 무형문화재로 바뀌었고, 각 광역시도를 위시해 명장·명인 제도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구 단위에까지 온갖 명인 선정 제도가 만들어졌다.

지역사회에 길이 남겨져야 하는 기능을 가진 인물을 뽑아 지원하려는 취지는 좋으나 심사도 비공개인데다 공예인 다수가 아닌 개인 한 사람만을 지원하는 게 공예 분야 지원사업의 전부가 아니냐는 지적 그리고 그렇게 선정된 인사들이 과연 동종 업계에서 인정을 받는 인물인가 하는 점과 선정 결과에 수치심마저 든다는 직업인이 많고, 뒷말들이 무성하다는 점 또한 과연 우리끼리만의 비밀일까?

이제 후보들이 쌓여 밀어내기식 선정이 되니 여러 상황이 맞물려 전문가 개체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요즘, 조금 더 있으면 직업인보다 문화재 명장·명인 개체가 더 많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아무리 경력과 실력, 인성까지 갖춘 사람일지라도 심사에 필요한 점수와 관련 없는, 즉 순수한 직업인으로만 산 사람은 신청이 불가능한 제도는 반쪽짜리 선정 제도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기에 필자는 ①이 사람이 정말 직업인(전문가)인가? ②과연 동종 업계에서 인정받는 인물인가? ③업계나 후학들에게 귀감이 되는가를 봐야 하고, 기존 심사 요건 말고 주무관청이 추가로 ①전과 조회 ②사업자상 매출과 이익 ③공방 형태 따위를 반드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음주운전 삼진아웃이나 사기, 절도, 성폭력 같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면 아무리 기술이 좋더라도 그 분야 최고 권위자인 양 뽑혀선 안 된다. 또 선정을 목표로 한 점수 쌓기 식 온갖 행태도 봐 왔고, 매출이 도시근로자 최저임금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면 탈세를 했거나 제 앞가림도 못한다는 방증이다. 공방 형태가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천막 따위 가건물 뿐이거나 불법 건축물이라면 누구에게도 귀감이 되기 어려우니 선정에서 배제돼야 한다.

필자가 공예명장 심사위원을 추천하는 업무와 심사위원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적었던 심사비를 현실화했고 교통비, 식대, 숙박비 등 경비까지 지급하도록 했다. 심사평을 당일 작성해 보내며 후보들에게 공개해도 좋다고 했는데, 수년간 여러 심사위원들과 선정심사를 해 온 담당공무원에게 필자와 같은 쟁이는 처음 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이 시점에서 후학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는 심사비, 경비 등 당연한 요구와 협상 가능한 부분에 대해 문화재나 명장 중 누구도 협상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 인천시 공예품대전 개관식에 무형문화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단 한 사람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은 심히 유감이며, 이에 대해 여러분 역시 각자 판단해야 할 몫이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성장해야 하는 미완의 작가들을 차별하고 오직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이른바 대가들 그늘에 가려 있지 않으려면 바른 관점으로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한다. 어느 지방문화재가 자신의 작품을 아들, 딸, 며느리, 사위에게 줘 여러 대회에 번갈아 출품해 상금을 타 먹은 일이 발각돼 언론에 나오는 건 그저 스쳐 지나가는 개인 일탈이 아닌 무형문화재와 그 가족들은 물론 심사위원이나 관련 인물들 모두 한통속이어서 벌어진 그들만의 카르텔이 문제라는 생각이다.

필자가 그들을 개인적 친분으로 보는 시각과 공예인들의 권익을 대변해야 하는 자리에서 그들을 보는 시각은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후학들은 기술만 가진 쟁이가 아닌 지혜와 명철로 무장된, 칭호가 아닌 인간이 명장인 사람으로 성장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는 바다. 끝으로 이례적으로 한 해에 두 사람이 선정된다거나 선정된 의외의 인물이 고위 공직자와 친분을 과시해 다른 직업들에게 의구심과 위화감을 조성해서도 안 되며, 마땅한 인물이 없는 해에는 선정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그리고 기왕 지원하려면 실질 도움이 되게끔 지원은 통 크게, 선정은 까다롭게 하는 편이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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