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0년 전만 해도 학생주임 상징은 ‘몽둥이’였다. 단순히 학생들을 때리기 위한 무기(?)라기보다는 그냥 늘 손에 들고 다니는 액세서리 같은 존재였다. 당구봉이나 검은 테이프를 감은 작은 각목을 비롯해 종류는 많았다.

어렵기는 했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이유 없이 때리는 환자는 아니니까. 잘못하면 꾸짖고, 부모님을 설득해서라도 학생 꿈을 응원하던 그런 존재가 그 시절 ‘쌤’이었으니까.

한데 요즘 세상은 어떤가. 교사를 무서워하기는커녕 위협하고 성희롱하고 폭행까지 한다. 얼마 전엔 수업 도중 먹방을 하는 학생을 막지도 못했단다. 교권이 무너진 정도가 아니라 교권이 사라진 ‘상스러운 시대’가 도래했다. 스승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경구는 그저 헛소리가 됐다.

물론 교사 중에도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폭력이나 성범죄를 저지르는 ‘쓰레기’도 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영화에 그런 교사가 자주 등장했다. 그러다 2010년쯤 돼서 교사를 구타하는 장면이 나오더니 이내 현실이 돼 버렸다.

얼마 전 젊은 교사의 안타까운 선택은 우리 사회 어두운 일면을 그대로 보여 준다. 꿈 많은 학생으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결과가 ‘꿈과 현실 괴리’라면 슬픔이 당연하다.

정부 청년 우대 정책은 교사를 배제한 듯하다. 헛소리만 남발하는 인간들의 책임을 청년이 진다.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을 선도하기보다는 방치하고 투명인간 취급하는 교실을 기대했다면 ‘성공했다’고 하마. 폭력은 근절함이 마땅하지만, 대체 수단을 제시하지 않으니 차츰 더 치사한 방법으로 학생을 선도하는 양상이 아닌가.

교권을 무너뜨린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그 중 가장 큰 책임은 한쪽으로 치우친 ‘인권 정책’을 수립한 당신들에게 있다. 신중해야 할 교권 문제에 더러운 정치 셈법으로 망친 당신들이 문제다. 그저 환심을 얻기 위한 구걸 행위를 정당한 양 하려고 규제를 늘려만 간 당신들의 ‘죄(罪)’다.

안 되는 줄 알면서 이들에게 잘 보이려고 정책을 수립한 정부가 바로 서야 할 때다. 마음 한편에 부끄러움이 있다면, 당신 자식이 그와 같은 처지에 처해 억장이 무너지고 싶지 않다면 바로 움직여야 한다.

치우친 정책에 대한 책임 회피를 멈추고, 이제라도 균형 잡힌 토론을 시작하자. 결국 모든 책임은 고스란히 당신들 후손이 져야 할 업보임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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