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프고, 힘들고, 외로운 날을 마주한다. 때로는 어디에 기대야 할지, 누구에게 의지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가족이나 친구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의 힘으로 극복하면 좋지만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을 때도 있다. 이렇게 어려움에 부닥쳐 돌봄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 수원시가 폭넓고 따뜻한 통합돌봄을 시작했다.

지난달 1일부터 8개 동에서 시범운영 중인 ‘수원새빛돌봄’이다. 당초 복지제도에서 발생하는 공백을 메우고, 빠르고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통합돌봄 서비스다.

새빛돌봄사업에 대해 설명하는 이재준 수원시장.
새빛돌봄사업에 대해 설명하는 이재준 수원시장.

# 돌봄 메꾸미

"저에게 꼭 필요했던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권선구 세류3동에 사는 50대 장애인 A씨는 시가 시작한 수원새빛돌봄사업 도움을 받았다.

편마비가 있지만 이웃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집안일을 했던 그는 최근 증상이 악화해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이 커졌다. 결국 6월 중순께 관할 동 행정복지센터 도움을 받아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를 신청했다.

대상자로 결정되면 가사 지원과 활동 보조, 방문간호 이용이 가능하지만 심사 절차에 1~2개월이 걸려 어려움을 그대로 겪어 낼 도리밖에 없었다.

다행히 A씨는 수원새빛돌봄사업을 시범운영하는 동에 사는 덕에 해당 서비스를 기다리는 동안 수원새빛돌봄으로 먼저 서비스를 지원받았다. ‘돌봄 플래너’가 현장을 방문해 돌봄 필요도를 평가한 뒤 일주일 만에 수원새빛돌봄 서비스를 연계했다. 덕분에 A씨는 제때 가사 지원과 병원 동행 서비스를 이용했다.

수원새빛돌봄은 당초 사회복지 시스템에서 어쩔 도리 없이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메워 준다. 

장애인·노인·영유아·아동·청소년·청년, 중장년기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당초 서비스는 행정절차를 밟는 데 적게는 2주에서 많게는 2개월이 걸린다. 수원새빛돌봄은 이들 서비스 신청 후 대기 기간에 돌봄서비스를 제공해 불편을 줄인다. 신청한 지 3일 안에 현장을 방문하고, 돌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빠르게 서비스를 연결해 준다.

세수·양치질·세탁·청소 같은 일상생활 수행 정도와 질병, 정신건강, 고립 정도를 직접 확인하고 돌봄을 제공할 가족이 있는지와 당초 돌봄서비스 공백이 없었는지 시급성을 두루 판단한다. 긴급한 경우 즉시 서비스를 연결하기에 다른 복지서비스보다 빠르게 돌봄 공백을 채워 준다.

지난 3월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통합돌봄 500인 원탁토론회.
지난 3월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통합돌봄 500인 원탁토론회.

# 맞춤형 돌봄

수원새빛돌봄은 원래 하던 사회복지 서비스가 감당하지 못했던 일상의 사소한 돌봄 욕구도 서비스 범주로 보듬는다. 신체활동 지원과 가사 지원, 병원과 마트, 관공서 동행, 단기 보호를 비롯한 일반 서비스를 넘어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쉽게 직면하는 불편을 해소하는 서비스를 포함했다.

노인과 장애인이 잘 처리하기 어려운 정리·정돈과 교육, 대청소, 소독과 방역, 성인 심리상담, 반려동물 일시 보호를 수원새빛돌봄 서비스로 제공한다.

권선구 세류2동에 사는 80대 노인 B씨는 고령에 각종 질환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가운데 고충이던 해충 문제를 수원새빛돌봄으로 해결했다.

자녀들이 모두 멀리 떨어져 살기에 노인 맞춤 돌봄서비스로 가사 지원 같은 일상생활 지원을 받던 그는 집 안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관리하기 어려웠다. 결국 집에 각종 해충이 생겨 불편이 컸지만 처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수원새빛돌봄 서비스 홍보물을 본 활동지원사 도움으로 B씨는 동 행정복지센터에 지원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지금까지 이용 중인 노인맞춤형 돌봄서비스와 중복되지 않는 서비스는 수원새빛돌봄으로 지원 가능했다.

덕분에 서너 차례 대청소와 소독·방역을 한 뒤 B씨 집은 다시 깨끗해졌다. B씨는 "해충 때문에 너무 괴롭고 힘들었는데 수원새빛돌봄 덕분에 주거환경이 개선돼 매우 만족스럽고 감사하다"고 했다.

중복되지 않는 새로운 서비스는 심리 지원 영역에도 마련했다. 어른 심리상담 서비스를 수원새빛돌봄으로 지원하도록 해 당초 복지제도와 차이를 뒀다.

돌봄이 필요한 경우를 노약자에 국한하지 않고 어른들도 심리검사나 상담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폭을 넓혔다. 일시 보호 서비스 역시 반려동물까지 확대해 돌봄이 필요한 사람도 반려동물을 기르는 부담을 덜도록 했다.

새빛톡톡 앱을 통해 새빛돌봄 서비스를 신청하면 돌봄플래너가 시민의 집을 방문해 돌봄필요도를 평가한다.
새빛톡톡 앱을 통해 새빛돌봄 서비스를 신청하면 돌봄플래너가 시민의 집을 방문해 돌봄필요도를 평가한다.

# 모두의 돌봄

수원새빛돌봄은 시민들이 함께 만드는 돌봄체계를 지향한다. 지난해 민선8기를 시작한 뒤 따뜻한 돌봄 특례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선포한 시가 통합돌봄 모델을 만드는 과정에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종합했다. 여러 차례 전문가 간담회, 돌봄 욕구 조사, 돌봄서비스 제공 기관 간담회, 수원형 돌봄사업 포럼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반영했다.

3월 20일에는 500명이 참여하는 원탁토론회를 열어 새로운 돌봄서비스 이름을 ‘수원새빛돌봄’으로, 수행하는 사람을 ‘새빛돌보미’로 정했다. 또 돌봄서비스마다 필요도를 투표해 제공할 서비스를 구성하는 데 활용했다.

마을 특성과 욕구에 맞는 돌봄서비스를 제안해 운영하는 열린 돌봄서비스라는 특징도 있다. 지금까지의 틀 안에서는 하지 못했던 촘촘한 틈새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외부 활동에 제약이 많은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돌봄 여행을 기획하면서 돌봄인력을 동행하거나, 홀몸노인들이 심리 안정을 취하도록 원예 치료 프로그램을 만들어 돌보미와 함께 체험한다. 발달장애 아동에게 방학 중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고, 문화·여가·체험 돌봄이 필요한 이웃에게 폭넓은 돌봄을 지원한다.

시민이 제안한 돌봄서비스는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심의를 거쳐 마을 자체 돌봄서비스로 시행한다. 시는 마을 단위 복지 시스템을 활발하게 운영하도록 동 단위 주민 제안형 사업 컨설팅을 지원한다.

새빛톡톡 앱을 활용해 수원새빛돌봄 신청 화면을 열고 있는 모습.
새빛톡톡 앱을 활용해 수원새빛돌봄 신청 화면을 열고 있는 모습.

# 누구든 따뜻하게 품는다

수원새빛돌봄은 돌봄이 필요한 시민 누구나 이용하도록 문턱을 낮췄다. 돌봄이 필요하지만 당초 제도에서 돌봄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라면 모두 대상이 된다.

혼자 움직이기 어렵거나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 가족 돌봄을 받지 못하는 경우, 원래 하던 돌봄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거나 공백이 생긴 경우 가능하다.

현재 수원새빛돌봄을 운영하는 시범동은 8곳이다. ▶파장동 ▶조원1동 ▶세류2동 ▶세류3동 ▶서둔동 ▶화서1동 ▶우만1동 ▶매탄4동이 수원새빛돌봄사업으로 수원만의 통합돌봄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앞장선다. 시범동에는 통합돌봄을 위한 전담 창구를 마련했고, 사회복지직 또는 간호직 공무원 2명을 ‘돌봄플래너’로 지정했다.

수원새빛돌봄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4가지다. ▶방문가사(신체활동 지원, 가사 지원, 정리·정돈과 교육, 대청소, 소독·방역) ▶동행 지원(병원, 마트, 관공서) ▶심리 지원(어른, 아동·청소년, 중독 관리) ▶일시 보호(단기간 보호, 반려동물 일시 보호)다.

서비스 신청은 시범동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하거나 수원시 주민 참여 모바일 앱 ‘새빛톡톡’을 이용하면 된다.

이후 돌봄플래너가 직접 방문해 돌봄 필요도를 평가해 자격을 확인한 뒤 돌봄 계획을 수립한다. 서비스를 시작하기까지 최대 10일을 넘기지 않기 때문에 다른 복지제도보다 대체로 빠르고, 긴급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즉시 지원한다.

돌봄서비스 이용을 위한 비용 부담도 적다. 중위소득 75% 이하 가구에는 연간 1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소득 기준을 넘는 경우에도 비용을 자신이 부담하면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서비스별로 비용을 정해 이용한 만큼 지불하면 된다.

수원새빛돌봄은 이제 시작이다. 8개 동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한 7월 한 달간 230건을 접수했는데, 이 중 53%인 121건을 상대로 수원새빛돌봄 서비스를 제공했다.

다른 복지제도 수급자로 결정되기 전까지 공백을 메우는 방문 가사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고 파악했다. 시는 내년에 1개 구를 정해 사업을 확대하고, 2025년에는 전체로 넓힌다.

이재준 시장은 "수원새빛돌봄은 시민 의견을 바탕으로 만든 수원만의 새로운 통합형 돌봄 시스템"이라며 "시민 모두가 혜택을 받는 촘촘한 안전망이 되겠다"고 했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사진=<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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