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구조해도 응급실을 찾지 못하고 거리를 헤매다 골든타임을 놓치며 사망하는 비극이 반복된다. 국립중앙의료원(2018~2022년 기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중증 응급환자 145만 명 중 71만 명이 적정 시간 내 응급실에 도착하지 못했다고 나타났다. 문제는 이 비율이 갈수록 증가한다는 점이다. 기가 막히게도 ‘경증 환자로 인한 응급실 포화’가 주원인이라고 한다. 응급의료통계연보(2021년 기준)에 따르면 119구급차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는 22.1%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자동차나 도보를 이용한 경증 환자였다. 이게 끝이 아니다. 어렵게 도착해도 이를 수용할 시설과 해당 전문의가 없어서 상당수 중증 응급환자들은 뺑뺑이를 돌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한다.

이런 응급의료체계 문제를 정비하기 위한 노력이 정부 차원에서 전개된다. 그 중 하나가 경증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도 경증환자를 수용하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분산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지역응급상황실에서 응급환자 이송과 전원을 지휘토록 하고, 중증도에 맞게 병원별 환자 수용을 강제화하는 방침도 도출했다. 급기야 지난달 열린 중앙응급의료정책 추진단 회의에선 ‘의료기관이 응급환자를  받지 못하는 이유와 절차를 지침으로 규정해 관리하고, 응급환자를 수용한 곳은 사고 발생 시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방안’까지 제시됐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응급실 뺑뺑이와 참사가 줄어들까.

전문가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한다. 응급실 뺑뺑이는 환자를 치료할 의료자원이 그 시각, 그 장소에 없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응급환자가 제때 응급실을 이용하고 치료를 받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119구급대의 재이송 건수는 3만7천 건이 넘었다. 재이송이 발생한 주원인은 전문의 부재였다. 결국 ‘응급의료 체계와 배후 진료과 간 성공적 연계’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는 의미다. 중증 응급환자는 크게 뇌혈관계, 심혈관계, 아동, 외상 등으로 분류된다. 이것이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될 때 환자의 생존율도 높아진다. 정부가 집중해야 할 건 이런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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