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경찰·소방·해경 보수를 공공안전을 담당하는 공안직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아 일선에서 예산부족 사태를 겪는다고 한다.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대한민국에서 나타난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2월 경찰국 설립에 따른 경찰 조직 반발을 잠재우려고 경찰·해경·소방직군 기본급을 공안직에 버금가는 정도로 올리겠다는 처우 개선책을 내놨다. 공안직인 검찰·철도경찰·교정직군보다 기본급이 낮은 경찰·소방·해경 등의 기본급을 이들 수준으로 올린다는 당근책으로 이해됐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를 실행하려고 2천억 원가량 추가 예산을 인건비 총액에서 운용해 마련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가 당근책으로 제시한 인건비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기획재정부와 인사혁신처, 행안부 등이 주관한 예산편성 회의에 경찰만 대표 격으로 참여했고, 해경과 소방은 빠진 게 원인으로 꼽히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 결국 예산 운용 여유가 있는 경찰과 소방을 제외한 해경은 인건비 부족사태로 몸살을 앓는다. 당장 공안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 100억 원대와 예산 심의과정에서 삭감된 인건비 보전분 등을 더하면 500억 원대의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다. 예산 10조 원을 운용하는 경찰은 연말에 불용예산으로 인건비 충당이 가능하고, 인건비 대부분을 지방재정으로 충당하는 소방은 예산부족 영향을 덜 받아 상대적으로 충격이 크지 않지만 재정 여유가 없는 해경은 대책마련이 쉽지 않다고 한다. 

가뜩이나 여유가 없는 해경 입장에서는 예산을 쥐어짜고 있지만 기껏 한다는 게 출장여비 삭감이나 함정출동 수당을 줄이려고 출동을 자제하는 일이다. 해안 경비와 치안을 담당하는 해경이 인건비를 마련하겠다고 내놓은 처방으로는 기가 찰 일이다. 해경 스스로만 고통을 감내할 상황도 아니다. 정부가 나서야 하고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정부와 대통령이 입으로만 국민의 안전을 강조한다고 손가락질 할 일이다. 우리는 국민안전을 열정페이로 대체할 정도로 빈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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