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묻지 마 범죄 피의자 다수가 정신 병력을 갖고도 치료를 제때 받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들의 치료를 지원해야 하는 정부와 지자체 보호 체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정신질환 이력이 있는 이들에 의한 범죄가 반복되자 정부와 지자체 지원 체계를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서현역 흉기 난동 피의자 최원종은 2020년 병원에서 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다. 앞서 2015~2020년엔 지속적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처방약을 복용했지만 최근 3년간 치료를 거부해 진료를 받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런 최 씨의 이력은 2019년 4월 경남 진주시 방화·살인 사건의 범인 안인득과 닮았다. 안 씨는 2010년 흉기 난동을 벌여 공주치료감호소에 입소한 뒤 조현병 판정을 받았단 사실이 알려졌다. 두 사람은 치료를 중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도 닮았다. 안 씨도 2016년 7월 치료를 중단한 지 약 3년 만에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정부가 내놓은 중증정신질환 관련 대책은 효과가 없음이 분명해졌다. 

더욱이 2016년 헌법재판소가 본인 동의 없는 정신병원 강제 입원을 위헌으로 판결하고, 그 결과 제정된 ‘정신건강증진·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17년 시행된 뒤 강제 입원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 요건을 강화해 2명 이상의 보호 의무자 신청과 서로 다른 병원에 소속한 2명 이상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거나 강제 입원 적합성을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심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키더라도 최대 3개월로 기간을 제한하고, 이후 기간 연장도 까다롭다. 이에 지자체 담당 공무원 사이에서는 환자 자신이 입원을 거부할 경우 강제 입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경찰의 응급입원이나 지자체장이 정신질환자에 대해 행정입원 조치가 가능하지만 소송이나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해 기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신질환자 치료의 책임을 지금처럼 가족에게만 계속 맡겨 둬서는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지 못한다. 적어도 중증에 해당하는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관리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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