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장일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우리 몸에 조직 손상이나 염증 반응이 생기면 신체를 보호하려고 생리 현상이 발생한다. 급성 통증은 원인 병소를 치유하면 염증 반응과 함께 자연히 감소하거나 사라진다. 하지만 원인 병소가 좋아져도 오래 이어지는 통증이 있다. 이를 만성 통증이라고 하는데, 이 때 통증 전달 신호를 통제하지 못하면 신체 기능과 삶의 질을 떨어진다.

난치성 통증은 이처럼 많은 노력에도 치유하기 어려운 만성 통증을 말한다. 대개 암성 통증과 같이 일차 원인 자체가 치료하기 어려운 경우를 뺀 다른 질환에서 일차 원인이 뚜렷하지 않거나 구조와 관련한 원인이 아닌 경우 또는 일차 원인을 치유했지만 이차로 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난치성 통증의 원인 질환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대상포진 뒤 신경통, 섬유근육통, 삼차신경통, 환지통(유령통증), 척추수술후증후군, 암성통증 따위가 꼽힌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주로 외상이나 수술한 뒤 발생하는 만성 통증이다. 심한 통증뿐 아니라 부종, 피부색 변화, 체온 변화, 땀 분비 변화, 이영양성(dystrophy) 변화, 운동기능 저하, 관절 가동 범위 감소, 혈류 변화를 동반한다.

대상포진 뒤 신경통은 대상포진에 의한 통증이 호전되지 않고 계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 재감염으로 발생하는데, 피부와 신경이 손상될지 모른다. 삼차 신경통은 다섯 번째 뇌신경인 삼차 신경(trigeminal nerve)에 발생하는 통증성 질환이다. 삼차 신경은 얼굴 좌우 한 개씩 두 개가 있는데, 대체로 급격하고 강한 ‘찌르는 듯한’ 또는 ‘감전된 듯싶은’ 안면의 발작 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섬유근육통은 비정상의 피곤함과 함께 전신 근육과 관절에 널리 퍼진 통증과 욱신거림, 뻣뻣함이 특징으로 나타나고 우울증, 불안 장애, 섭식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근근막통증증후군은 보통 "담이 들었다", "근육이 뭉쳤다"고 표현하는 흔한 질환이다.

난치성 통증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좋아진다. 다만 최초 통증을 유발한 질환이 다양하고 각각 치료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급성 통증이 만성이 되기 전에 이 악성 사이클이 이어지는 상황을 막는 일, 즉 이른 시기에 잘 치료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치료이자 예방법이다.

아쉽게도 난치성 통증의 원인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유는 급성 통증이 만성이 되는 과정에서 척추신경과 뇌를 포함하는 중추신경계에 많은 기능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난치성 통증을 치료하는 시술이나 수술로는 신경차단술(nerve block), 고주파신경중재술, 척수신경자극기삽입술, 뇌심부자극술(DBS)이 있다.

신경차단술은 통증 주사로 신경 기능을 단기간 동안 마비시키는 시술이다. 고주파신경중재술은 척추 신경에서 뻗어 나오는 말초 신경 초입부에 고주파열에너지로 통증이 유발되는 신경을 마비시켜 신경차단술과 유사한 효과를 얻는다. 단 이들 치료는 환자마다 치료 효과의 지속 시간이 짧게는 일주일에서 몇 달 정도에 불과하고 대부분 당초 통증이 재발한다.

척수신경자극기삽입술과 뇌심부자극술은 최근 들어 통증의 수술 치료를 위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는 분야 중 하나다. 통증을 전달하는 척수의 특정 영역 또는 통증을 인지하는 뇌의 특정 영역에 미세한 자극기를 삽입하고 전기 자극을 가해 통증에 대항하는 방식이다.

뇌경색 뒤 신경통증, 팔이나 다리를 절단한 뒤 나타나는 유령통증(환지통), 척추수술 뒤 통증증후군, 큰 사고로 인해 척추신경손상 뒤 나타나는 통증을 비롯해  다양한 난치성 통증에서 치료 효과가 보고된다. 이 같은 수술 치료 이후 통증 개선 효과가 수술 전 대비 50% 이상 호전된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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