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떠오른다. 연거푸 실패를 겪는 듯하더니 이제는 전국구로 이름을 떨치게 됐다. 아니 전 세계가 주목하는 곳의 수장이 됐다. 게다가 인천사람이다. 인천은 어머니 품이라고,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느냐고 되묻는 속 따뜻한 인천사람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학재 전 국회의원 얘기다.

이 사장은 인천 서갑 지역구에서 내리 3선(18~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인사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 인천지역 정치인 중에서는 처음부터 옆을 지켰다. 대선 경선캠프에서는 상근정무특보로서 윤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

윤 대통령이 당내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에는 인천공동총괄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홀로 ‘정권 교체 100일 인천 대장정’에 나서면서 민심을 들었다. 100일간 이 사장이 만난 시민 1천여 명 바람을 그대로 기록으로 남겨 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화려한 정치 이력이지만 바닥 민심을 잘 아는 몇 안 되는 소박한 정치인인 셈이다.

이 사장은 여느 국회의원 출신 정치인과 다르게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인 기초의회 출신이다. 바닥 민심을 보듬는 정치인이다. 그래서일까. 인천공항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인사 중 노동조합의 환영을 받으면서 당당히 청사 정문으로 걸어 들어갔다. 첫 출근을 직원들에게 막힌 앞선 사장과는 다른 시작이다.

낮은 인지도는 정치인 이학재에게는 늘 아픈 대목이었다. 하지만 세계에서 으뜸으로 손꼽는 인천공항 수장을 맡으면서 이런 핸디캡도 떨쳐 내게 됐다. 이 사장이 3년 동안 잡을 인천공항 조종석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된다. 그리고 인천과 함께 발전해 나갈 인천공항은 인천사람들에게는 더 기대되는 대목이다.

다음은 이학재 사장과 일문일답.

-인천공항 경영 전략 방향은.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바뀐 항공 운송 시장 패러다임에 적극 대응하려면 지금까지 항공 운송 중심 사업 모델에서 진화해야 한다. 바로 스마트 기술과 공항지역 개발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다.

인천공항은 제4세대 공항(Airport 4.0) 사업 모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당초 공항 운영사업은 다른 산업에 견줘 외부 요인으로 인한 변동성이 적고 안정감이 있다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항공산업 변동성이 커진 만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사업을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공항 정상을 기반으로 스마트 혁신을 이뤄 공항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수요 창출형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여객 증가 현황과 올해 전망은.

▶올해 7월 30일까지 여객은 누적 2천90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4.8% 증가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과 견주면 71% 회복세다.

각국 방역 규제 완화와 일본·동남아 노선 여객 증가, 5∼6월 연휴 효과, 저비용항공사(LCC) 항공 운임 안정에 힘입어 항공 수요가 급증한 결과로 분석된다.

여객 증가도 좋은 신호다. 올해 국제선 여객은 중국·일본·동남아·미주 주요 노선 증가에 따라 약 5천400만∼5천700만 명을 예상한다. 이를 기점으로 하반기에는 여행 경비가 싸고 가까운 일본·동남아 노선 성장을 기대한다. 중국 노선도 차츰 회복하리라 본다.

더구나 여름철 성수기에 본격 접어듦에 따라 일 여객 19만 명을 웃도는 경우가 많아지리라 예상한다. 이에 인천공항에 취항 중인 항공사와 좌석 공급 대폭 확대를 협의 중이다.

-여객 증대를 위한 인천공항 전략은.

▶현재 공항 이용객은 내국인과 외국인 비중이 65대 35다. 내국인에 다소 편중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 인구 증가율을 고려하면 내국인 수요는 지금까지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저출산·고령 문제가 여객 수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이를 이겨 내려고 외래 관광객 유치 전략을 적극 세워 연간 여객 1억 명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공사는 외국인 방한객과 환승객을 더 유치하고자 항공업계·관광업계와 협력할 예정이다.

또 해외 공동 마케팅으로 관광산업 내수 활성에 이바지하겠다. 공사는 이를 위해 동남아·일본·미주 순 인천공항 지역별 여객 점유를 반영한 현지 마케팅을 확대하는 중이다.

-스마트 패스, 스마트 면세점과 같은 IT를 활용한 공항 서비스 혁신 전략을 소개해 달라.

▶스마트 패스는 여객 생체 정보를 기반으로 출국장, 탑승구과 같은 주요 출입국 프로세스를 간소하게 하고 항공보안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러한 생체 인식을 도입할 경우 출국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체크인 10%, 탑승 40%가량 줄어든다고 본다. 현재 진행하는 시범 서비스가 안정을 찾도록 국민을 대상으로 줄곧 홍보하고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2025년 그랜드 오픈으로 스마트 패스 등록 여객이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스마트 면세는 오프라인 중심의 인천공항 면세 쇼핑 운영 환경을 디지털 서비스로 전환하는 사업이다. 여행의 설렘과 특별한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려고 마련했다.

항공기 출발 30분 전까지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면세 쇼핑 경험을 제공해 2019년 출국 여객 기준으로 연간 2천124억 원의 경제 효과를 기대한다. 인천공항 상업 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기반을 마련하겠다.

-올해 재무 전망은 어떤가. 흑자 전환이 가능한가.

▶코로나19 3년간 누적 적자 1조7천억 원으로, 2022년 말 부채 비율이 92.8%에 이르면서 재무구조는 좋지 않다. 그러나 올해는 뚜렷한 여객 회복세로 여객이 코로나19 이전 77% 수준까지 올라간다고 보기에 흑자 전환과 재무구조 정상을 기대한다.

더욱이 공항 운영 정상과 면세점 입찰 영향으로 올해 매출액 2조 원, 영업이익 최소 3천700억 원 이상으로 흑자 전환을 전망한다. 미래 먹을거리로 쿠웨이트 T4 위탁 운영사업과 같은 해외 사업과 IAI사 화물기 개조사업과 같은 공항 경제권 개발을 적극 추진해 수익사업을 계속 발굴하겠다.

-인천공항 4단계 사업 현황과 진행 상황은.

▶항공 수요 성장에 제때 대응하고 인천공항 허브 경쟁력을 꾸준하게 강화하려고 7년간 4조8천405억 원을 자체 조달해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4단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인천공항 4단계 사업인 제2여객터미널 확장은 1본(제4활주로·3천750m), 계류장(여객 62곳·화물 13곳), 진입도로 확장으로 연간 여객 1억600만 명, 운항 60만 회를 수용하는 초대형 공항으로 성장할 초석이 된다.

올해가 4단계 사업 최대 시공 피크로 보면 된다. 현재 29.6% 공정 추진으로 올해 말 종합공정률 88.3% 달성을 목표로 한다. 제2여객터미널 확장과 같은 4단계 핵심 사업을 중점 관리해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

-항공정비사업(MRO) 진행 사항은.

▶MRO 세계시장 규모는 올해 939억 달러에서 2033년 1천253억 달러까지 연평균 2.9% 성장세를 예측한다. 더구나 아시아 시장은 해마다 4.35% 고성장을 거듭해 2033년 444억 달러로 전 세계 시장 35%를 점유할 전망이다.

이처럼 급증하는 정비시설 수요에 대응하려고 첨단복합항공단지 조성을 단계별로 추진 중이다. 현재 2025년 개장을 목표로 1단계 부지와 기반시설(약 63만㎡) 조성공사를 지난해 3월부터 진행했다.

해당 부지에는 기체·엔진·부품과 같이 MRO 전 분야에 이르는 원스톱 항공정비 클러스터를 구현하도록 했다. 해당 부지에서 세계 최대 국제화물 항공사인 미 아틀라스항공의 자사 화물기 전용 정비시설을 건설한다. 정비시설을 가동하면 새로 1천800명을 고용하게 된다.

또 이스라엘 국영기업 IAI사는 인천공항 부지에서 퇴역 보잉 여객기(B777)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사업을 하게 된다. 2025년 시설을 가동한 뒤 50년간 누적 수출액 15조 원을 예상한다.

개조에 필요한 부품은 국내 항공부품 공급망에서 조달해 지역 간 상생 협력은 물론 국내 항공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리라 기대한다. 앞으로도 공사는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항공정비 전문기업을 계속 유치할 예정이다.

-지역사회와 협력할 사업이 무엇인가.

▶앞서 말한 MRO산업과 관광산업이다. 관련 회사를 우리가 유치하면 거기서 쓰는 부품을 외국이나 아니면 다른 지역에서 조달받지 않고 어떻게든 인천에서 받도록 해야 한다.

지역사회가 부품 조달 사업을 잘하도록 계획을 세워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 인천시도 행정 지원으로 항공 부품 관련 제조업이 쉽게 입주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인천공항과 지역사회가 잘 되려면 이 같은 협력이 필요하다. 인천공항과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바람직한 모델이다. 

또 인천시에 바람이 있다면 인천공항으로 오가는 많은 여객들이 지역에서 오래 머물도록 관광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 달라는 점이다. 사람들이 인천을 다시 찾으려면 인천에 굉장히 좋은 이미지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주머니를 연다. 어떻게 하면 인천에서 돈을 쓰게 만들까 하는 고민을 인천시에서 해야 한다. 공사도 적극 돕겠다. 

안재균 기자 a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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