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장마철이 되면 우리는 도로가 끊기고 도심이 침수되는 등 피해가 크다. 수확기를 앞둔 농작물 또한 물에 잠겨 작황이 좋지 않다. 집계 결과 나타나는 인적·물적 손실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자연재해도 재난에 대비하는 자세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인천지역 상당수 기초단체들이 지하차도 침수에 대응한 안전 매뉴얼을 갖추지 않아 촌각을 다투는 침수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지 의문이 제기된다는 지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2020년 지하차도 위험등급 기준을 만들어 전국 지자체에 이를 참고해 각 현장 상황에 맞도록 자체 등급을 분류하고 통제 기준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한다. 이보다 앞서 2017년에는 ‘지하공간 침수 방지를 위한 수방기준 실무 매뉴얼’을 전국 지자체에 내려보냈고, 시도 기초지자체에 해당 매뉴얼을 기준으로 세부 지침을 담은 지하차도 침수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안전지침 마련은 지자체 행정의 기본이다. 행안부의 세부 지침이 내려오기 전 마련·시행해야 함에도 상당수 지자체들이 여전히 침수 대비 안전 매뉴얼조차 미비한 상태라니 허탈할 뿐이다. 매뉴얼에 담은 내용은 주로 지하공간 시설에 대한 준공허가 기준과 배수펌프·차수벽·배수로 등 침수 방지 시설 기준, 대피시설 확보 여부 따위를 확인하는 내용으로 가이드라인 수준이라 한다. 최소한 안전기준이라 사료된다. 이러한 최소 기준 지침마저 지키지 않는 지자체들이다. 누구를 위한 자치행정인지 묻지 않을 도리가 없다. 

지난달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잠겨 이곳을 통행하던 차량에 타고 있던 다수 시민들이 숨졌다. 당시 참사를 키운 원인은 제대로 된 침수 대응 매뉴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들은 서둘러 지하차도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한다. 우리는 언제나 다시는 이러한 피해가 없도록 대비에 철저하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이처럼 재난을 당한 후에 뉘우치곤 한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재난 후 원인을 분석해 보면 우리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지하는 유비무환 정신이야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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