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의 국가를 위한 숭고한 희생은 우리 모두가 생활 속에서, 미래에도 존경해야 할 가치다. 하지만 국가유공자에 대한 국가적 예우가 합당한지에 대해선 대부분 아쉬움을 토로한다.

보훈정책의 현실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남양주시 보훈단체장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신원식(91)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 남양주시지회장

본회는 6·25참전유공자의 명예 선양과 복지 증진, 권익 보호에 이바지하며 UN 참전 회원국과 긴밀히 교류한다. 당시 본인도 제주도에서 훈련을 받고 부산보충대에서 바로 양구의 한 부대로 배치됐다. 그 중 1개 중대가 최일선에 배치돼 거의 전사했다. 국방부의 40여 명 차출에 포함돼 미443병참단에 예속돼 근무했는데, 당시는 전시여서 유족에 대한 처우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정부에서 보훈을 강조하지만 6·25참전유공자는 20여 년 동안 봉사 차원의 무보수로 활동했다. 이제 평균연령이 90세가 넘는다. 한국전쟁 73주년이 됐지만 후손들은 한국전쟁을 잘 모른다. 정부 차원의 철저한 지식 전달이 필요한 이유다. 

미망인 승계가 되지 않는 부분도, 상이를 입은 사람이 등급에 의해 보상 조치를 받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 전쟁에서 빗발치는 총알 속에서 싸운 용사들이 최하위 대우를 받는 현실은 문제가 있다.

# 김준영(78)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남양주시지회장

본회는 월남전 참전으로 국위 선양과 참전정신 계승을 통한 국가안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한다. 월남전 당시 청룡부대, 맹호부대, 백구부대, 백마부대, 은마부대가 파병됐다. 연인원 32만5천715명이 파병돼 5천99명이 전사하고 1만1천23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1967년 3월 백마부대 오작교작전, 4월 청룡부대 해룡작전, 1968년 1월 도깨비작전과 백마부대 철마작전 들 180여 작전을 수행해 큰 전과를 올렸다. 베트공(월맹)과의 전투 중 정글지대 동굴작전 수행 시 아군 피해가 많았다.

국가를 위해 희생·헌신한 분들이 존경받고 예우받는 문화는 당연히 확산돼야 한다. 우리가 누리는 눈부신 번영이 호국영웅들의 목숨을 건 자유 수호의 결과물임을 인지해야 한다. 그만큼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이 잊혀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 자손들에게 숭고한 애국정신의 귀감으로 항구적으로 존중되고, 희생에 상응한 국가유공자와 유족의 영예로운 생활이 유지·보장돼야 한다. 더욱이 국가보훈부 승격을 계기로 보훈 기능을 강화하고 더욱 효율 있게 진화해야 한다.

# 한호식(75)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남양주시지회(현 보훈단체협의회장)

고엽제전우회는 베트남전에 참전해 목숨을 바쳐 대한민국 경제성장에 주춧돌이 됐지만, 고엽제후유(의)증 같은 질병으로 현재까지 고통받는 ‘진행형 단체’다. 당시를 회상하면 전선이 없는 전투였고, 게릴라들이 숨은 밀림은 상상을 초월했다. 악조건에서 전투와 대민사업을 했는데 다이옥신이라는 제초제가 무서운 질병을 초래하는지조차 몰랐다. 공중에서 비행기로 뿌리는 제초제를 온몸으로 맞고, 캠프 주위에 제초제를 철모나 손으로 뿌리기도 했다. 고엽제 질병으로 노동력을 상실하면서 가장의 책무는 다른 가족의 몫이었다.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보훈의 사전 의미가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지킨 분들의 뜻을 기리고 그에 보답하다’인데, 현재 우리 보훈가족의 처우는 미흡한 수준이다. 시대 환경에 따라 이역만리 타국에서 목숨을 바쳐 자유를 수호하고자 전쟁에 참여했다. 미래 세대가 우리 보훈가족의 삶을 위해 지대한 관심과 보살핌으로 노력해야 한다. 보훈정책도 전쟁이 얼마나 처참한지 체험하는 학습장을 만들어야 한다. 나라가 없으면 개인과 인권과 삶이 없음을 주지해야 한다.

# 홍성표(75)광복회 남양주시지회장

광복회는 1913년 결성해 8·15 해방까지 군자금 모금과 친일파 암살에 주점을 둔 독립운동단체다. 해방 후 애국지사와 유족들이 주축이 돼 국가 정체성 확립에 노력했다. 당시만 해도 왜놈들의 만행으로 수많은 애국지사와 동포가 사형과 고문으로 유명을 달리하셨다. 유족들 역시 모진 핍박과 굶주림에 힘든 생활을 해야만 했다.

일제강점기 애국지사는 국가의 보훈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지만, 현재는 국가의 노력으로 많은 혜택을 누린다. 지금 우리는 과거를 거울 삼아 다시는 조국을 빼앗기는 수모를 당하지 않게 보훈정신을 함양해야 한다. 국가 번영과 발전에 헌신하신 호국영령들께 최대한 예의를 표해 주기를 바라며, 유족들에게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

# 김정곤(74)대한민국상이군경회 남양주시지회장

본회는 1951년 한국전쟁 중 중앙회가 발족했으며, 시지회는 50년 연혁에 1천400명의 회원이 있다. 구전으로 당시 상황을 듣진 못했으나, 이번 기호일보 기사를 보고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돼 확고한 보훈관을 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 세대(70세 이상)는 국가 부름에 맹목적인 충성과 의무를 성실히 수행했다. 몸을 다치거나 망자가 됐지만 국가나 국민들에게 만족할 만한 혜택과 존경은 받지 못했다. 따라서 대우를 한 단계 높이고, 독립운동이나 한국전쟁 들을 통해 체득한 안보의식을 젊은 세대에 물려줘야 한다.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를 가면 많은 전사자들이 국민 영웅 대접을 받는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남양주시만이라도 모범 보훈호국도시로 거듭나길 바란다. 보훈이나 문화 증진에 적극 관심을 둔 주광덕 시장과 김현택 의장이 있어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 방재덕(73)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남양주시지회장

먼저 국가유공자의 헌신과 희생이 담긴 현재를 더욱 가치 있게 빛내려고 보훈정책을 강화한 주광덕 시장께 감사드린다. 무공수훈자회는 전시나 비상사태에 참가해 뚜렷한 공을 세워 무공훈장을 받았거나 30년 이상 군에 근무하며 국가 안전 보장에 큰 공을 세워 보국훈장을 받은 분들로 구성했다.

본회는 국가유공자께서 영면하셔서 지역 장례식장 7개소에 안치됐을 때 장례의전 절차인 ‘선양행사’를 한다. 올 하반기부터 시에서도 예산을 적극 지원하는데, 특히 태극기 관포의식은 고인의 영령까지 국가가 책임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국가유공자의 명예를 드높이고 유족에게는 ‘국가유공자 가족’이라는 자긍심을 심어 준다. 

포탄이 빗발치는 위험한 전장에서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을 끝까지 책임지는 일도 국가의 의무다. 따라서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올바른 보훈문화 조성이 필요하며, 정부 차원에서 시대 흐름에 맞는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 이석산(71)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남양주시지회장

전몰군경유족회는 한국전쟁 당시 사망한 군인과 경찰 자손들이 모여 애국심을 함양하는 공법단체다. 유공자 사망으로 가족들은 불우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음에도 국가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보훈정책도 유공자 선정 기준이 모호해 유족 위상이 저평가된 상황이다. 이를 바로잡아 유족의 위상이 바로 섰으면 한다. 

한국전쟁에 몸 바친 군경의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하며, 국가안보는 중요함이 마땅하다. 국가보훈부 승격으로 위상이 높아져 기대가 크다. 국가유공자 명예를 지키고 전몰군경 유족의 자부심을 지키도록 힘을 모아 정책을 추진하기 바란다.

# 이은순(69)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 남양주시지회장

본회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군경 유족의 처를 회원으로 한다. 미망인들은 전쟁에 나간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다 청천벽력 같은 ‘전사 통보’를 받았다. 그래도 남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온갖 고생과 억척같은 삶을 살았다. 더구나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남편이 극심한 통증으로 술에 의존해 세월을 보내는 동안 생계는 미망인이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유공자, 보훈, 보훈단체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게 현실이다. 국가유공자를 추모하고, 대한민국의 기적의 역사가 어떻게 이룩됐는지 잊지 않도록 청소년들에게 널리 알려 전승시켜야 한다. 한 가지 안타까운 건 국가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유공자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를 발굴해 고귀한 희생과 헌신에 대한 예우와 지원을 소망한다.

# 이은성(63)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 남양주시지회장

본회는 특수임무와 관련해 국가를 위해 희생한 특수임무유공자와 유족에게 국가가 합당한 예우를 함으로써 애국정신을 기르는 데 이바지한다.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임무를 성공리에 수행했다. 계급도 군번도 없이 조국을 위해 음지에서 싸우다 돌아가신 특수임무대원들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회원 중 대다수는 각종 장애와 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희생하신 7천726명의 호국영령들께 애도의 뜻을 표한다.

한국은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분단국가다.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 미래 세대는 호국·보훈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 뜻을 정확히 알고 이해하도록 학교, 정부, 지자체가 홍보·교육을 철저히 해야 하며, 국가유공자를 존경하고 기억하는 마음을 언제나 가져야 한다. 

국가유공자는 각종 수당 같은 혜택을 연령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지급하고 예우해 줘야 하며, 국가유공자로서 자긍심을 갖도록 해 줬으면 한다.

남양주=조한재 기자 chj@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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