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바꾸고, 모든 고양이가 행복하게 지내는 세상을 만들려는 기업이 있다. 농업회사법인 ‘꼼냥’은 국산 캣닙(Catnip)으로 고양이 상품을 만들어 고양이가 행복할 때 내는 소리 ‘고로롱’을 전국에 전파하겠다는 목표로 브랜드화했다. 단순히 고양이 용품을 제공하는 기업이 아닌, 길고양이를 비롯해 고양이와 인간이 더불어 행복한 사회가 꼼냥이 추구하는 모토다.

자신이 생산한 유기농 캣닙을 활용한 고양이 용품들을 선보이는 ‘고로롱’ 문현진 대표.
자신이 생산한 유기농 캣닙을 활용한 고양이 용품들을 선보이는 ‘고로롱’ 문현진 대표.

# 냥줍으로 시작해 대표까지

농업회사법인 ‘꼼냥’의 문현진 대표는 처음부터 고양이를 사랑한 건 아니었다. 동물을 무서워하던 그는 부모를 따라 귀농한 안성에서 우연히 발견한 새끼 고양이에게 밥을 주기 시작하면서 ‘캣맘’이 됐다. 도시에선 한없이 무서웠던 고양이가 시골에 오니 너무 순하고 귀여워 마음을 열었다.

하지만 귀여움은 잠시였다. 건강이 좋지 않은 고양이에게 항생제를 먹이고 병원도 데려가며 열심히 돌봤지만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다. 떠나보낸 고양이가 너무 그리웠던 그는 농장 앞에 사료와 장난감을 뒀더니 길고양이가 하나둘 모여들었다. 그 중 임신한 고양이가 창고 안에 새끼를 낳았고, 태어난 아이가 커서 다시 새끼를 낳으면서 어느덧 그 수가 열한 마리까지 늘었다.

키우는 고양이가 건강하길 바랐던 그는 어느 날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식물이 캣닙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그러나 시중에 유통되는 캣닙은 대부분 중국산이고, 품질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모와 함께 비닐하우스를 운영했던 그는 채소나 식물을 키우기 수월했고, 캣닙을 직접 재배하기로 마음먹었다.

꼼냥이 직접 재배하는 캣닙.
꼼냥이 직접 재배하는 캣닙.

남들이 키우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던 캣닙이 막상 비닐하우스에서 잘 자라는 모습을 확인한 순간 그는 ‘국내에서 캣닙을 키우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국내 캣닙 시장이 아직 활성화되기 전이라서 좋은 아이템이라 생각해 농업회사법인 ‘꼼냥’을 설립, 캣닙을 직접 재배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로롱’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고양이에게 좋은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2018년 A-startup 마케톤대회에서 우수상,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개최한 농식품창업콘테스트에서 아이디어상,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의 농식품파란창업경진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이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우수여성기업에도 선정돼 다양한 혜택을 받는 중이다.

# 국산 캣닙 재배해 제품 생산까지

‘개박하’라고도 불리는 캣닙은 줄기와 잎, 꽃에 네페탈락톤이라는 성분이 들었다. 고양이 코를 거쳐 뇌에 들어가면 페로몬과 같은 엔돌핀이 돌게 하는 성분으로, 고양이를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 긍정 영향을 준다.

허브의 일종인 캣닙은 고양이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 고양이가 활동하는 영역이나 장난감에 캣닙을 뿌리면 운동량이 늘어나 비만 방지에도 효과가 있고, 낯선 환경에서는 심신을 안정시킨다. 식욕이 떨어진 고양이에게는 사료에 뿌려 식욕을 돋우고 물에 뿌려 음수량을 늘리는가 하면 반려묘 건강에 탁월한 식물이다.

그러나 시중에서 판매하는 캣닙은 출처와 성분을 알기 어렵다. 그 중엔 중국산도 많은데, 대부분 품질이 좋지 않아 호흡기 질병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문현진 꼼냥 대표는 직접 유기농으로 국산 캣닙을 재배하고 브랜드 고로롱을 만들어 ‘캣닢 배변 모래’와 ‘모래 탈취 파우더’, ‘캣닢 스프레이’, ‘캣닢차’를 출시했다.

고로롱 캣닢 티백.
고로롱 캣닢 티백.

# 쓰고 나면 비료로…재활용되는 ‘캣닢 벤토나이트 모래’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면 배변 모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품질이 떨어지는 모래를 사용하면 고양이가 배변을 모래로 덮는 과정에서 먼지가 날리고 냄새가 많이 난다.

꼼냥이 고로롱이라는 브랜드로 출시한 ‘캣닢 모래’는 3중 탈취 기능성으로 근본적인 냄새 원인을 완벽히 차단한다. 자연산 캣닙이 탁월한 냄새 제거 기능을 가진 데 착안한 아이템이다. 흡수력이 굉장히 좋고, 특수 집진 공정을 거쳐 미세분진을 제거해 먼지가 날릴 일도 없다.

여기에 직접 개발한 탈취 파우더까지 뿌려 주면 냄새 완화뿐 아니라 고양이들의 질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배변 모래는 처리가 번거롭다. 모래는 배변이 닿으면 점차 굳기 때문에 종량제봉투에 버려야 하는데, 화장실 변기에 버리다가 하수구가 막히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꼼냥’은 벤토나이트 모래가 최상급 비료인 점에 착안해 캣닙을 재배할 때 사용된 벤토나이트 모래를 비료로 사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재활용 방법은 간단하다. 사용한 ‘캣닢 모래’를 모래봉투에 담아 동봉한 후 택배로 보내면 된다. 모래봉투는 100% 생분해성 수지(옥수수 젖산 PLA)로 만들어져 스스로 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가기에 환경오염 걱정도 없다.

고로롱 스페셜 캣닢 패키지.
고로롱 스페셜 캣닢 패키지.

# 장난감부터 식품까지…건강한 고양이를 위해

캣닙은 고양이 스트레스에도 효과가 좋다. 고양이는 스트레스에 굉장히 민감한 동물이라서 지방간, 당뇨, 식욕 부진,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고양이를 키운다면 항상 놀아 줘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대부분 장난감을 이용하지만 반응하지 않으면 집사들의 의욕도 덩달아 떨어진다.

고로롱이 개발한 티백을 장난감에 넣어 사용하거나 고양이가 애용하는 스크래처에 스프레이를 뿌리면 캣닙의 네페탈락톤 성분으로 인해 고양이 반응을 이끌어 낸다. 게다가 고양이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줘 질병을 예방한다.

‘캣닢 꽃차’도 집사 사이에서 화제다. 말린 꽃을 티백에 담은 제품인데, 캣닙에 별 반응이 없는 고양이들도 꽃잎을 우려낸 물은 좋아한다는 데 착안한 아이템이다. 처음에는 스프레이나 파우더를 구입하는 고객들에게 선물로 줬는데, 티백에 대한 반응이 뜨겁자 추가 판매를 시작했고 베스트셀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고로롱은 캣닙을 이용한 사료도 개발 중이다. 고양이는 임신과 출산이 1년에 3번까지 가능한데, 이를 반복하면 몸이 망가져서 수명이 짧아지고, 그렇게 태어난 새끼 고양이 건강도 좋지 않다. 또 길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계속 낳다 보면 개체 수가 많아지면서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사회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고로롱은 캣닙에 피임 성분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건강이 좋지 않은 고양이가 먹을 만한 사료를 개발 중이다. 고양이가 무리한 출산을 하는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사료를 먹는다고 해서 완전한 피임이 되진 않겠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게 꼼냥의 의지다.

이 밖에 캣닙을 이용한 애착인형, 고체 방향제 들 사람이 이용하는 물품에도 캣닙을 사용했고, 고양이들을 위한 ‘생캣닢’을 판매하기도 한다.

고양이 쿠션.
고양이 쿠션.

# 고양이 인식 개선에 앞장서는 ‘꼼냥’

꼼냥의 궁극 목표는 모든 고양이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문현진 대표는 단순히 돈을 좇으며 빠르게 성장하기보다는 느리게 성장하더라도 지속가능한 제품을 만들어 오래도록 고양이에 도움이 되길 원한다고 한다.

아직 사회는 캣닙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적당량이라면 사람에게도 식욕 증진, 소화 촉진, 정신 안정 같은 효과가 있지만 법적으로는 사람은 물론 고양이도 먹을 수 있는 ‘식품’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꼼냥은 이 같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장 개척에 앞장서며 더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도록 노력한다.

문 대표는 "아직 고양이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이 많지만, 고양이들도 세상을 같이 살아가는 개체 중 하나니까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며 "좋은 제품을 많이 만들어서 상용화하면 고양이들이 안정될 테고, 결국 사회도 고양이를 맞이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기웅 기자 woong@kihoilbo.co.kr

사진=<고로롱 홈피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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