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경 사회복지학 박사
이진경 사회복지학 박사

북한이탈주민을 보는 우리 정서는 한마디로 복잡하다. 분단 체제 하에서 우리를 위협하는 적대국 출신이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또 다문화적·난민적 특성을 지닌 사회적 약자이기도 하다.

이들을 지원하는 체계와 시각은 시대 상황에 따라 변화했다. 군과 정보기관은 철저한 안보 관점에서 1962년 최초 ‘국가유공자 및 월남귀순자 특별원호법’을 제정해 국가유공자와 동등한 지위의 원호대상자로 우대했다. 1979년 ‘월남귀순용사 특별보상법’ 제정은 북한이탈주민들을 체제 선전을 위한 ‘귀순용사’로 칭하고, 정부의 관대한 지원은 물론 남한 체제의 우월성을 보여 주는 상징이자 ‘통일의 역군’, ‘보훈’ 대상이었다.

정착금과 지원 규모가 대폭 축소된 시기는 1993년 ‘귀순북한동포보호법’ 제정 후다. 정치적 수단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 즉 국가유공자가 아닌 독립된 생활보호대상자로 규명한 것이다. 당시 통일원(현 통일부)은 1997년 ‘북한이탈주민법’에서 ‘보호’와 ‘정착 지원’을 기본으로 우리 사회로 대거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에게 주거, 취업 지원, 사회복지 서비스와 교육 서비스 제공으로 사회 통합을 위한 외형적 틀을 구성했다.

그럼에도 ‘재입북’을 시도한 탈북민 사례가 등장하고, 제3국인 미국·영국·독일·네덜란드·캐나다 등으로 불법 망명을 떠나는 ‘탈남’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또 서울 관악구 탈북 모자가 생활고에 아사한 사건에 이어 서울 양천구에서 40대 탈북 여성의 고독사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이들의 적응 실패를 충분히 예비하지 못한 한계라 할 수 있다.

"우리를 만나 주지도 않고, 우리 마음도 모르고, 무엇을 원하는지 듣지도 않고, 설사 듣는 경우라 해도 수용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통일은 무슨 통일입니까?" 어느 북한이탈주민의 호소다.

북한의 문화, 북한이탈주민과의 정서적 교류보다 아직도 안보 시각을 벗어나지 못한 건 아닌지, 혹 문화적 기득권을 내세우려는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나 알아차리는 공동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깊은 만남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달 28일 열린 ‘한·독 통일포럼’에서 독일 젤리거 박사는 남북한 정전협정 극복을 위해 ‘한국 정부의 감독 없이 남북한 주민들 간 자유로운 접촉 허용과 지원, 즉 제3국에서 남북 양자간, 다자간, NGOs, 학자·전문가, 이산가족 만남 규제 완화’ 등의 제안을 내놓아 깊이 공감했다. 물론 ‘한국 안보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라는 전제다.

서독은 통일 전 ‘지식과 신뢰의 느린 확산’인 사람과의 만남으로 동독 변화와 통일의 길을 이끌었고, ‘사람 간의 만남(대화)’만이 통일에 절대적 필수 요건이며 신뢰를 가져왔다는 설명이었다.

독일의 통일은 그러했다는데 북한이탈주민들은 한국사회에서 외롭고 우울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만남과 대화는커녕 마치 무면허 의사들에게 치료받고 살라는 듯 당사자들을 모르는 구조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북한이탈주민과의 만남도 중요하지만 통일 과정, 통일, 통일 후에 대한 학술대회, 포럼에 당사자들이 참여한다면 통일을 위한 깊은 만남의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응답 기다리지 말고(시작도 할 수 없으니까), 무조건 제3국에서 남북한 사람들의 만남을 시작해야 합니다"라고 안보 관점의 나를 향해 북한이탈주민이 단호히 결론을 내려준다. ‘사람 간의 만남(대화)’이 사회 통합, 통일로 가는 과정의 절대적 필수 요건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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