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권 침해 문제로 악성 민원이 공론화되면서 사회적 관심이 쏠리는 또 다른 곳이 공직이다. 시도 때도 없이 마주해야 하는 상습 악성 민원으로 공무원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단순히 응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응대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실컷 욕설을 퍼붓고 전화를 끊거나 사무실에서 큰소리를 지르는 꼬투리 잡기 식 악성 민원이 대다수다. 심한 경우에는 욕설에서 그치지 않고 협박이나 폭행을 일삼고 기물을 파손하기도 한다. 직원을 상대로 한 성희롱도 발생한다. 인천시 통계만 봐도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최근 3년간 발생한 악성 민원 위법행위는 총 1천668건이다. 연도별로는 2020년 106건, 2021년 285건이 발생했으며 미추홀콜센터로 전환한 2022년 한 해만 1천277건이 발생했다. 정도가 심해 법적 대응에 나선 건으로는 공무집행 방해 5건, 주취 소란 3건, 폭행·폭언·성희롱·기물 파손 각 2건이 뒤를 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감정노동자로도 분류되는 민원 상대 공무원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심호흡을 하거나, 화난 표정으로 사무실을 방문하는 민원인을 보면 겁부터 집어먹기 일쑤다. 계속되는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되는 약을 복용해야 업무가 가능한 직원은 물론 스트레스성 탈모를 진단받아 병원을 찾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일상생활도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무분별한 상습 악성 민원에서 공무원을 보호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오죽했으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성만 국회의원이 최근 악성 민원의 심각성을 반영해 공무를 방해하는 상습 악성 민원은 처리에 예외를 두는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인천시도 악성 민원을 대상으로 신고와 고소 등 법적 조치 진행은 물론 연 2회 폭력 대응 모의 훈련으로 악성 민원에 대응한다. 하지만 우선돼야 할 부분은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지 않도록 시민의 상호 존중과 공감, 협조와 이해가 뒤따라야 하겠다. 민원 상대 공무원들 역시 법과 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민원인들에게 좀 더 따뜻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안 되는 방법이 아니라 가능한 방법을 찾아준다면 민원인 신뢰는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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