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피겨 여왕’ 김연아(은퇴)는 과거 다큐멘터리에서 ‘무슨 생각을 하며 (훈련)하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김연아는 훗날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는데 많은 분이 좋게 포장해 주시더라"고 했지만, 많은 스포츠팬은 김연아의 담담하고 초연한 멘털에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

지난 16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21·사진)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을 읽었다. 안세영은 이달 21∼27일 세계개인선수권, 다음 달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중국오픈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대비한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자신의 약점인 공격력을 보완하고자 코트 사이드라인에 세워 둔 셔틀콕 케이스를 스매시로 맞히는 훈련 중이었다. 체력과 끈기에 기반한 기존 수비뿐 아니라 예리한 공격 기술도 장착하려는 시도다.

스타일이 제각각인 세계 2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 3위 천위페이(중국), 4위 타이쯔잉(타이완)에게 유연하게 대응하려면 플레이 방식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안세영은 ‘장점을 살리고 단점도 보완하려면 평소보다 더 힘들지 않나’라는 질문에 "감독님과 코치님의 지도를 그냥 잘, 열심히 따라 한다"고 덤덤하게 답했다.

그는 "힘든 게 오더라도 ‘이 또한 이겨 내면 어느샌가 내가 성장해 있을 거다’라는 상상을 하면 되게 잘 이겨 낼 수 있더라"고 떠올렸다. 이달 1일 세계 정상에 오른 안세영은 앞으로 두 달간 국제 일정이 마치 시험대처럼 느껴질 법한데도 의연한 모습이었다.

안세영은 "세계랭킹 1위는 최종 목표가 아니다"라며 "저는 완벽함을 더 추구하기 때문에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렇다면 안세영이 말하는 ‘완벽함’은 무엇일까. 안세영은 쑥스러운 듯 "말도 안 되겠지만…"이라고 뜸을 들인 뒤 "21-0으로 세트를 끝내는 완벽한 경기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상대 득점을 한 자릿수로 묶어도 압승으로 평가받는데도 안세영은 더 나아가 한 점도 주지 않고 21연속 득점하는 꿈을 그렸다.

고된 훈련 성과는 결과로 드러났다.

김학균 대표팀 감독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안세영의 수비가 (상대 공격을) 기다리지 않고 동물적 감각으로 다가가는 수비로 바뀌었다"며 "야마구치든 천위페이든 타이쯔잉이든 세영이가 그 선수들을 압도해 끌고 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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