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용 인천지방법무사회 정보화위원장
이기용 인천지방법무사회 정보화위원장

사망한 A의 유족으로 배우자 B와 자녀 C, D가 있었고, C와 D는 A 사망 후 가정법원에 상속포기신고를 해 수리됐다. 한편, C의 자녀로 ①과 ②가, D의 자녀로 ③이 있었다. A의 대여금채권자는 B를 상대로 연대보증인 및 A의 상속인임을 이유로 ①, ②, ③을  상대로 대여금청구소송을 제기했다. ①, ②, ③은 B가 A의 단독상속인이 되므로 자신들은 채무를 상속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안의 쟁점은 자녀 C와 D의 상속포기로 배우자 B가 단독상속을 하는지, 아니면 손자녀 ①, ②, ③와 공동상속을 하게 되는지 여부였다.

2015년 대법원은 ‘상속을 포기한 자는 상속개시된 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되므로,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배우자와 망인의 손자녀 또는 망인의 직계존속이 공동으로 상속인이 되고, 망인의 손자녀와 직계존속이 존재하지 아니하면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인이 된다’며 ①, ②, ③의 주장을 배척했다.

위 판결 이전에 실무에서는 상속인이 여럿인 경우 어느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면 그 상속분은 상속분 비율에 따라 다른 상속인에게 귀속한다는 민법 제1043조를 근거로, 망인의 자녀들이 모두 상속포기를 하면 나머지 공동상속인인 망인의 배우자가 단독 상속인이 된다고 해석해 망인의 사망 이후 망인의 자녀들은 모두 상속포기를 하고, 망인의 배우자만이 상속한정승인 신고를 하는 사례가 많이 있었다.

그러므로 이 판결은 이후 실무상 많은 논의를 가져왔다. 무엇보다도 이후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이 판례에 따라 다시 상속포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기호일보 2020년 4월 9일 필자의 글).

다행히도 최근 대법원(대법원 2023. 3. 23. 선고 2020그42 전원합의체결정)은 ‘망인 사망 후 망인의 아내는 상속한정승인을 하고 4명의 자녀들은 모두 상속포기를 하였는데, 망인에 대하여 확정판결을 받은 채권자가 망인의 손자녀들과 망인의 아내에게 위 판결에 기한 채무가 공동상속되었다는 이유로 승계집행문 부여신청을 하여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았고, 이에 대해 망인의 손자녀들이 자신들은 망인의 상속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승계집행문 부여에 대한 이의를 신청한 사안’에서 "①입법 연혁에 비추어 보면 배우자는 상속인 중 한 사람이고 다른 혈족 상속인과 법률상 지위에서 차이가 없다. ②민법의 문언 및 체계적·논리적 해석에 비추어 보면 민법 제1043조에 따라 상속포기자의 상속분이 귀속되는 ‘다른 상속인’에도 배우자가 포함된다. 따라서 공동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들 중 자녀 일부만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민법 제1043조에 따라 그 상속포기자인 자녀의 상속분이 배우자와 상속을 포기하지 않은 다른 자녀에게 귀속된다. 이와 동일하게 공동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들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민법 제1043조에 따라 상속을 포기한 자녀의 상속분은 남아 있는 ‘다른 상속인’인 배우자에게 귀속되고, 따라서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 ③종전과 같은 해석은 당사자들의 기대나 의사에 반하고 사회 일반의 법감정에도 반한다. ④종래 실무는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에게 별도로 상속포기 재판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상속채권자와 상속인들 모두에게 불필요한 분쟁을 증가시키며 무용한 절차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결과가 되었다. 따라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해석함으로써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확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며 2015년 판례를 변경하고, 종전의 판례에 따라 신청인들의 이의신청을 기각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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