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석 인천대 명예교수
이재석 인천대 명예교수

우크라이나 전쟁(War in Ukraine)이 2022년 2월 24일 발발한 지 1년 반이 다 된 지금도 계속된다.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서 발발한 내전을 휴전시킨 민스크협정(Minsk Protocol:1차 2014년, 2차 2015년)의 불완전성으로 말미암아 돈바스 지역 주민의 자치와 친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구실로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Special Operation)’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이 전쟁은 실제로는 애초부터 ‘전쟁(Full-scale War)’이다.

우크라이나의 결연한 항전 의지로 전쟁은 초기 러시아가 표방한 의도나 세계 예상과 달리, 전쟁 당사국의 전의(戰意)와 주요 관련 국가들의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처지 때문에 장기화되고, 앞으로도 짧은 기간 안에 종전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소련 해체 후 자국 발전 정책을 원러근서(遠露近西:Pro-Western Policy from Russia to EU)에서 찾았으나, 러시아에 의해 국가 발전 정책이 방해를 받았고 2014년 크림반도를 침탈당했다. 특히 현재 전쟁으로 동남부 영토 피탈, 800만 명 이상의 전쟁난민 발생, 군인과 국민 수십만 명 사상(死傷), 주거·복지·산업시설과 문화재 피폭이란 큰 피해를 입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에 대한 적개심은 극에 달했고 민족주의는 한층 고양됐다. 그리하여 실지 회복과 전쟁피해에 대한 러시아의 보상 그리고 장래 안전 보장이 없는 한 평화협상은 불가하는 게 우크라이나의 원칙이다.

러시아는 나폴레옹 전쟁, 제1차 세계대전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때 입은 피해의식으로 나토(NATO)의 동진에 위기의식이 큰 나라다. 다민족·다종족으로 이뤄진 국가 특성상 소수민족의 자치·분리운동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연방 국가가 해체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 또한 큰 나라다.

우크라이나의 원러근서란 친서방 정책은 앞의 두 위기의 핵심이 되므로, 그리고 옛 소련시절에 누린 G2 강국 지위에 대한 국민의 향수 충족은 러시아 통치 집단에겐 지지 기반을 강화하는 유효한 하나의 방법이므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러시아는 전쟁 명분을 달성하지 못해 위신이 손상됐고, 나토의 동진에 대한 경계심과 연방 해체란 위기의식은 해소되지 않았으므로 전쟁의 종식 협상에 쉽게 나서기는 어렵다고 본다.

미국을 포함한 나토 국가들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한 나라가 다른 어떤 주권 국가를 침략하는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일반 원칙, 러시아와 인접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 불식을 위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전쟁에 관여하고 있다 할 것이다. 반면 중국, 북한, 이란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는 러시아를 지지한다고 보인다.

이리하여 이 전쟁은 ‘가치’ 전쟁의 성격을 띠고 이른바 신냉전 속의 열전으로 진행되고, 포격과 폭격으로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양산한다. 

더구나 전쟁 중 전쟁범죄 혐의가 있는 행위가 무수히 발생하고, 불리하면 핵무기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위협을 자행하는 건 세계 평화와 인류 미래에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국제정치 세계에서 국가 이익이 명분, 평화를 능가하는 건 엄연한 현실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그리고 모든 전쟁의 방지를 위해 세계가 지혜를 모으고 모든 인류가 노력할 때다.

세계 정치지도자들이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평화회담 노력을 지속하고, 온 인류는 그런 노력을 격려해 줘야 한다. 또 부정의한 방법으로 전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소한 절차와 방법에서라도 국제규범을 준수하도록 하는 강제가 평화회담 못지않게 필요하다.

국제 여론도 유효한 강제 수단이다. 비전투 민간인과 시설에 대한 공격, 국제협약에 의해 금지된 무기의 사용, 핵무기·화학무기·생물학무기 같은 치명적인 대량 살상 무기 사용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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