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 한세대학교 초빙교수
박진호 한세대학교 초빙교수

웅변은 은, 침묵은 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을 삼가고 필요한 말만 함으로써 과묵한 사람이 더 신뢰성이 있다는 일반적인 생각들을 대변했습니다. 그 결과, 말을 너무 많이 하면 사람이 가벼워 보이고, 중대한 사안에서 말실수를 할 수도 있는 사람으로 비춰진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제는 자기 PR을 하기 위한 도구로서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됐습니다. 따라서 스피치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스피치가 뛰어난 리더를 원하게 됐습니다. 리더의 조건 중에서 스피치는 당연히 우위를 차지하고, 말을 잘하지 못하는 리더들은 인정받기 힘든 시대가 됐습니다.

말 잘하는 사람은 과연 타고나는 걸까요? 위대한 문학가이며 명연설가였던 에머슨(Emerson, Ralf Waldo)은 모든 훌륭한 연설가들도 처음에는 형편없는 연설가였다고 말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대웅변가 데모스테네스도 말더듬이에 신체 결점까지 있었지만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고, 케네디 대통령도 발표 불안증이 있어 스피치 컨설턴트인 테드 소렌슨을 영입해 끊임없이 연습했습니다. 

우리 국민에게 힘이 된 뛰어난 연설을 한 도산 안창호 선생은 연설하기에 앞서 자기 생각을 몇 번이나 곱씹어 객관화하려 했고, 상대방이 자기 주장을 납득하도록 표현 기법까지 연구하고 연습했습니다.

명연설가들도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 아니라 땀과 열정을 쏟아부은 후천적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환경을 극복하고, 역경을 극복하려는 진정한 마음 상태를 전달하려는 힘은 명연설가의 조건이고, 역사는 그러한 노력과 연설에 의해 발전해 갑니다.

리더로서 성공적인 스피치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습과 습관에서 기인한 지식입니다. 리더가 충분한 지식이 없으면서 다른 사람을 리드하려는 건 학생보다 지식이 약한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식이 풍부한 리더가 되려면 항상 공부하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요리를 하며 맛을 창조하는 훌륭한 요리사도 필요하지만 훌륭한 맛이 나도록 만드는 좋은 재료가 필요합니다. 훌륭한 스피치의 토대는 많은 독서를 통해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처칠은 뉴턴과 셰익스피어를 제치고 BBC에서 선정한 위대한 영국인 100인 중 당당히 1위에 올랐습니다. 불굴의 용기와 리더십으로 영국민들을 하나로 결집시킨, 세기가 낳은 위대한 리더입니다. 그의 연설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더욱 빛을 발휘했습니다. 학창시절 내내 하위권 성적이었고, 품행장애로 교사의 지적을 종종 받기도 했습니다. 처칠은 독서를 많이 한 리더입니다. 수려한 문장으로 유명한 「로마제국 쇠망사」는 많은 리더들이 탐독하는 책인데, 처칠은 하루 다섯 시간씩 읽으면서 필사를 하고 모방을 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책 장르에 상관없이 하루에 200쪽을 읽을 정도로 독서를 생활화했습니다.

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꾸준한 독서에서 비롯된 그의 뛰어난 글 솜씨 덕분이었습니다. 처칠의 연설은 간결하고 힘 있는 구어체로 매우 유명합니다. 대중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그들이 원하는 말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 연설했습니다. 선천적 말더듬이이고 학습장애아였던 그는 명연설문을 암기하고 따라 하기를 무한 반복하며 표현력을 강화했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그 결과만을 말합니다. 그 결과가 있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목표를 향한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이 있음은 말할 나위 없습니다. 성공적인 스피치 뒤에는 많은 학습과 독서로 구성한 몰입의 시간이 있음을 기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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