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채무조정 신청자는 9만1천981명으로 집계됐다.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 신청자(13만8천202명)의 70%에 달하는 채무 조정 수요가 몰렸다. 생활고로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채무 변제 기간도 늘어나는 추세다. 평균 변제 기간이 코로나가 확산한 2020년 직후 89.2개월에서 올 상반기엔 100.5개월로 늘었다. 부채의 질도 악화일로다. 다중 채무자이며 저소득층인 취약 차주 비중이 1분기 기준 6.3%로 1년 새 0.3%p 늘었다.

이러한 취약 차주 증가세는 카드사 경영 실적도 악화시킨다고 나타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신한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 전업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조4천168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2.8% 감소했다. 수입은 늘었으나 이자와 대손 비용 등 전체 비용이 급증했다. 6월 말 기준 카드사 연체율도 1.58%로 지난해 말보다 0.38%p 상승했다. 특히 카드대출 연체율은 3.67%로 지난해 말보다 0.69%p나 증가했다. 이와 연동된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계속 올라가는 상황이다.

하반기 금융환경도 불확실하기 그지없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는 최소 내년 말까지 유지되리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유가 흐름, 대중 교역 조건 악화 같은 대외 변수도 불안한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와 금융기관들은 이런 불확실성을 비관적·보수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부실채권은 신속히 매각하고, 채무 재조정 작업을 선제적으로 시행하는 자구적 개선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불길이 전체 시스템으로 번지지 않도록 각 단계에서 진화하는 게 중요하다. 

고금리로 고통받는 취약 차주에 대한 정부 지원도 커져야 한다. 공공기관의 누적 적자 해소 명분으로 전기료와 가스비, 교통비가 연이어 올랐고,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유동성) 잔치가 한창일 때 위기에 대비하며 기초체력을 쌓지 않은 데 따른 인과응보다. 당분간은 정책 우선순위를 벼랑 끝에 선 사회 약자에 두고 가는 수밖에 없다. 특별금리 적용과 채무 연장 조치는 물론 파산 후 다시 일어서도록 다양한 지원책들을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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