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가 뭐예요?" 가볍게 대화를 시작하기엔 MBTI만한 주제가 없다. 별 부담 없이 물어봄직하고 대충 상대방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MBTI가 뭔지, I는 뭐고 또 S는 뭔지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 어지간하면 다 알 테니 독자나 기자 모두 하품 나올 일을 할 필요는 없다. 

아무튼 MBTI는 성격검사다. 16가지 알파벳 조합으로 개인의 성격 유형을 보여 준다니 신기하다. 지난날 MBTI만큼 유행했던 ‘혈액형 성격론’보다 더 과학에 근거한 듯싶다.

하지만 이런 성격 유형은 모든 사람에게 두루 적용하기는 힘들다. 속내를 좀체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도 정도 차이가 있게 마련인데 MBTI에선 똑같이 I(내향성)로 묶어 버린다.

문제라고나 할까? MBTI가 신기한 점은 진짜 자신의 성격이 아니라 갖고 싶은 성격이나, 자신이 그렇다고 여기는 또는 믿는 성격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처음 검사를 했을 때 MBTI는 ‘ISTP’였다. 남에게 관심이 없고 쌀쌀맞은 유형이란다. 직접 말하기는 우습지만 사실 남에게 관심이 많다. 쓸데없이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이언맨’ 같은 히어로 영화를 보면 악당을 무찌르는 주인공 ‘토니 스타크’보다 펑펑 터져 나가는 민가나 차에 관심이 갔다. "저 차 할부는 끝났을까?", "저 집 주인은 이제 어디서 잠을 자야 할까?" 하는 식으로 말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해피 엔딩 소설을 읽을 때도 행복한 주인공보다는 왠지 소외된 등장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하곤 했다. 아무리 행복한 소설이라도 누군가는 불행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소설책도 잘 읽지 않았다. 피곤하게도 그 불행한 등장인물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읽었으니까.

친구들은 이런 성격을 두고 참 힘들게 산다고 했다. 딱히 부정하진 않았다. 세상에 이런 이유로 책이나 영화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이 어디에 또 얼마나 있겠는가. 그래서 MBTI가 ISTP로 나왔을 때도 의심스럽고 이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에게 관심이 없는 성격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근 다시 검사해 보니 남들에게 관심이 많은 유형인 ‘INFJ’였다. 남들에게 관심이 없고 냉랭한 성격을 갖고 싶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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