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2%대로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에 이어 이달 다시 3%를 넘어설 전망이다. 그간 물가 상승 폭을 줄이는 데 기여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강세를 보인 결과라 한다. 일리 있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량의 95%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는 절대 에너지 빈곤국이다. 동시에 세계에서 8번째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당연히 휘발유와 경유 가격 상승이 전체 물가 상승의 상당 부분(20%)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 휘발유 가격이 7월만 해도 평균 1천500원대였던 게 지난주 1천744.9원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경유 가격도 1천400원대에서 1천630원으로 올랐다. 설상가상 전 세계적 이상기후로 식량 가격 상승 가능성도 커진다. 한국은행은 최근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국내에선 집중호우와 폭염으로 채소, 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국외에선 흑해곡물협정 중단과 일부 국가의 식량 수출 제한으로 식료품 물가 우려가 커진다고 분석했다. 모두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요소들이다.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 변수는 크게 ‘경기와 기대인플레이션, 생산자물가, 수입물가, 환율’이다. 편차가 있으나 선형회귀 분석을 통해 80~90% 정도가 설명된다. 경기가 과열되면 소비자물가는 상승 압력을 받는다. 이런 압박은 경제주체들의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전망, 즉 기대인플레이션에 의해 장기화·공고화된다. 다만, 지난 몇 년간 진행된 물가 상승은 차원이 달랐다. 경기는 하락세인데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환율, 기대인플레이션만 상승했다. 코로나발 소비 침체에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겹쳤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긴축적 통화정책과 완화적 재정정책’의 이분법적 접근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환율과 기대인플레이션은 고금리 기조(긴축적)로, 경기 하락에 따른 취약계층과 서민 지원은 재정지출(완화적)로 대응하는 게 그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달 31일 정부가 발표한 ‘추석 성수품 수급 안정 대책’은 시의적절한 물가안정책이다. 공급 확대(평시의 1.6배 수준)로 소비자물가를 지난해보다 낮추겠다는 시장 친화적인 접근 방식도 장려할 만하다. 추석이 아니라도 이런 시도들은 계속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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