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정신건강 관련 기관을 가장 많이 운영하는 지역은 어디일까? 정답은 수원시다. 생애주기별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4곳과 특성센터 2곳, 모두 6곳에서 시민 정신건강을 돌본다.

수원시정신건강센터는 ▶수원시민 전 연령대 정신질환 예방과 평생 정신건강 통합 관리를 하는 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 ▶18세 이하 고위험군을 관리하는 아동·청소년정신건강복지센터 ▶19세 이상 64세 이하 성인 중증정신질환자를 관리하는 성인정신건강복지센터 ▶65세 이상 노인의 정신건강을 두루 관리하는 노인정신건강복지센터 ▶자살 위기 상담과 유족을 지원하는 자살예방센터 ▶알코올 따위 중독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 공동체를 운영하는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로 세세하게 나눈다.

시는 일찍부터 시민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데 앞장서 노력했다. 2016년 6월 전국 최초로 정신건강수도 비전을 선포한 일이 그 시작이다. 시는 정신건강 수도로서 정신건강 중심 도시환경을 만들고, 성숙한 정신건강문화를 만들고, 시민 모두가 양질의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내용의 ‘정신건강 권리장전’을 발표하고 지키고자 노력했다.

더욱이 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는 일반 시민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 따위를 관리하고 지역사회 정신건강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일상의 마음건강을 챙기는 마로앱, 전문 상담으로 위로를 주는 마음건강 상담실, 돌발 상황에 시민들을 보호하는 정신건강 위기 개입 사업이 대표 격이다.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마로앱’ 초간단 검진을 한 시민이 마음상태를 표시한 화면을 들어보인다.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마로앱’ 초간단 검진을 한 시민이 마음상태를 표시한 화면을 들어보인다.

# 일상 행복 길라잡이 ‘마로’

"제가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이름을 알려 주세요." 비밀 친구 질문이 아니다. 수원시 디지털 정신건강 플랫폼 ‘마로앱’이 가장 먼저 묻는 말이다.

마로앱은 사용하는 누구나 일상을 지내며 느끼는 감정을 기록하고, 잘 다루도록 솔직하게 마음을 터놓는 수원시민 마음건강 친구다. 날마다 마음 상태를 점검하고 조언하면서 소통하는 자신만의 온라인 정신건강 전문의이기도 하다.

수원시정신건강복지센터가 일반 시민들의 마음건강을 위해 만든 마로앱은 정신질환이 없는 시민들이 스스로 마음을 돌보게 돕는다. 대다수 공공앱을 생활 속 불편을 해소하고 간편하게 처리하려고 만드는 목적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2016년 시가 전국 최초로 개발한 ‘마음건강 로드맵’을 지난해 대폭 개편해 운영 중이다.

마로앱 기능은 크게 5개 콘텐츠로 이뤄졌다. 먼저 ‘오늘의 마음상태 기록’은 기분, 스트레스, 수면 같은 생체리듬 세 가지 요소를 날마다 기록하고 자신의 변화를 인식하게 하는 일기장이다.

‘DR 마로’는 정신건강과 질환 증상 14가지를 예방하고 관리하도록 증상과 상황별 예방·관리법에 대한 영상을 추천하는 개인 주치의 노릇을 한다. ‘PT 마로’는 마음건강 습관 챌린지, 칭찬 일기, 감사 일기와 같은 좋은 습관을 형성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법과 코칭을 하는 개인트레이너로 대응력과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맞춤 처방’은 개인별 영상과 활동을 함께 추천하는 7단계 전문가 처방을 제공한다. ‘마음 검진’에서는 3분 안에 정신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초간단검진(수원시정신건강센터 자체 개발 도구)부터 스트레스유형검진(SCL간이심리검사), 심층검진(PHQ-9, GAD-7)을 모두 무료로 받는다.

3만여 건을 내려받기한 마로앱은 앱스토어 평점이 4.9점을 기록할 정도로 호응도 높다. 4천 건 이상 실제 상담 사례를 접목해 맞춤형 처방을 제공하는 만큼 이용자들의 사용 후기도 좋다. ‘누구에게 말 못하고 속으로만 앓던 일들을 비밀상담에 털어놔 속이 후련해진다’거나 ‘포인트와 리워드, 랭킹과 카드 수집으로 자극을 받아 꾸준히 마음관리를 한다’, ‘마음이 울적하고 싱숭생숭할 때 위안이 된다’와 같은 이용자 극찬이 이어진다.

# 위기를 함께 건너는 ‘마음건강 상담실’

모든 시민 정신건강을 돌보는 수원시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는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이 마음을 터놓는 기회를 24시간 열어 둔다. 바로 ‘마음건강 상담실’이다.

마음건강 상담실은 정신건강에 주의가 필요한 누구든 언제나 이용 가능하다. 정신상 어려움을 겪는 시민이 손만 내밀면 닿는 창구다. 전화(☎1577-0199)와 카카오톡, 홈페이지, 마로앱과 같은 모든 수단으로 상담 요청한다.

상담실에서는 1차 전화상담으로 온라인 검진지를 작성하도록 안내하고, 상담 일자를 정한 뒤 대면 상담을 한다. 정신건강 상태에 따라 ‘정상’인 경우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주의’면 상담을 진행한다. ‘위험’이면 지역사회기관이나 치료기관으로 연결한다.

시에서는 올해 1~7월 중 5천여 명이 마음건강상담실 전화 상담을 이용했다. 대면 상담은 600여 명, 홈페이지와 실시간 카카오톡 상담으로 500여 명이 상담을 받았다. 더욱이 수원에서 개원한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들의 자원봉사로 운영하는 톡톡열린상담실은 37명에게 더욱 전문성을 갖춘 상담과 치료를 연계했다.

수원에 사는 40대 남성 A씨 역시 7월 마음건강 상담실을 이용한 뒤 일상을 차츰 회복한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는 어른이 된 뒤에도 대인관계 형성이 어려워 시간 대부분을 혼자 지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우울감이 커졌고 수면장애도 겪는 중이었다.

정신건강 전문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톡톡열린상담실’.
정신건강 전문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톡톡열린상담실’.

해당 사례관리 담당자의 의뢰로 마음건강 상담실과 연결된 그는 상담사한테 도서관이나 공원을 비롯한 사람이 많지 않은 공공장소에서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라고 권유받았다. 지역 정신건강의학전문의들이 야간 대면 상담을 해 주는 톡톡열린상담실도 연계해 정신과 진료에 대한 거부감도 줄였다.

또 상담사는 사례관리 담당자에게 A씨를 지지하는 방법을 조언해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도록 유도했다. 덕분에 그는 쇼핑몰이나 도서관을 다니면서 자신을 사회에 노출하는 용기를 갖게 됐고, 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변화를 보였다.

마음건강 상담실 상담사는 "상담으로 정신건강에 주의가 필요한 시민들이 병원 진료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고 치료 단계로 연결하도록 도움을 드리는 만큼 마음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하길 바란다"고 했다.

# 위기 상황 개입으로 지키는 ‘시민 안전’

수원시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는 수원시민을 지키려고 정신건강 위기 개입 사업도 한다. 위기 상황에서 시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려고 365일 24시간 응급 대응 체계를 구축·운영 중이다.

시는 지역에서 정신건강 질환자로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경찰과 소방, 행정기관, 지역사회기관 들과 현장에서 상황을 안전하게 마무리하고 사후관리와 모니터링을 한다. 자해나 타해 위험 상황, 극단 선택이나 중독 관련 정신건강 위기 상황에 2인 1조로 정신건강전문요원을 투입한다. 전문요원은 상황에 맞는 대응을 하고 대면 평가를 진행해 상담으로 정신질환자를 안정시킨다. 이후로도 상담이 계속 필요하면 응급입원이나 행정입원을 진행한다.

지난 2021년 수원시 정신건강 초기대응 사업 자문위원단 회의에서 운영 현황을 공유 중인  관계자들.
지난 2021년 수원시 정신건강 초기대응 사업 자문위원단 회의에서 운영 현황을 공유 중인 관계자들.

보기로 7월 수원지역 한 주거지에서 이상행동을 보인 B씨에게 정신건강 위기 개입 시스템을 적용했다. 횡설수설하거나 윗옷을 벗고 돌아다니면서 이상행동을 한 B씨에 대해 이웃들이 신고를 반복하는 상황이었다. 전문요원들이 현장평가를 하고 상황이 끝난 뒤에도 다시 찾아 상담과 위험성 평가를 또다시 진행하자 B씨는 자신의 잘못을 이해하고 인정했다. 조현병 치료 경험은 있지만 치료를 중단했던 B씨에게 시는 끊임없는 사례관리로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했다. 인근에 사는 주민 안전도 지킨 셈이다.

시는 올해 1~7월 중 위기 상황 650여 건에 응급 대응해 217건을 응급입원 조치했고, 227건은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사후조치가 계속 이뤄지도록 도왔다.

수원시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최근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시는 시민들의 정신건강복지 문제에 앞장서 대응한다"며 "누구나 정신건강에 도움을 받는 마로앱이나 생애주기별 센터를 적극 이용하길 바란다"고 했다. 

안경환 기자 jing@kihoilbo.co.kr

사진=<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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