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 씨티, 골드만삭스, JP모건, HSBC, 노무라, UBS, 바클레이즈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이 지난달 밝힌 내년도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9%로 집계됐다. 지난 6월 기준 성장률 전망치 평균(2.0%)과 비교할 때 0.1%p 하락한 수치다. 이유는 크게 4가지다. 중국의 경제 침체,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의 고금리 기조, 수출기업 부진에 따른 영향이 복합 반영됐다. 어찌됐든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2년 연속 잠재성장률(2%)을 하회하는 1%대 전망을 기록한 건 유례가 없다.

정부가 제시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는 2.4%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은 각각 2.2%, 2.3% 성장하리라 예상했다. 이렇듯 국내외 기관 간 전망치 갭이 벌어진 이유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와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상이한 진단 때문이다. 해외 기관들은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데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등 중국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크게 내다보는 모습이다. 대중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상대적으로 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외 요인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많다. 비바람이 가실 때까지 인내하는 일밖에 도리가 없다. 하지만 기초체력이 지속 약화하는 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991∼1997년 7.3%에 달한 잠재성장률이 외환위기 후(1998∼2008년) 5.1%, 금융위기 후(2009∼2019년) 3.0%, 코로나 위기 후(2020∼2028년) 2.2%까지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저출산·고령화와 낮은 노동생산성, 경직된 노사문화,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려는 기업의 국내 이탈이 주원인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 안에 존재하는 생산요소가 완전 고용될 때 (물가변동 없이) 달성하는 최대 생산량을 의미한다. 여기서 대표적 생산요소는 노동력과 자본이다. 즉, 경제시스템 내로 더 많은 노동력과 더 많은 투자금이 유입될수록 잠재성장률 규모는 증가한다.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 가출한 집토끼(국내 기업)를 불러들이는 것(리쇼어링)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감세와 규제 카드면 충분히 가능하다. 노동력 문제는 제조업 구인난 해소가 관건이다. 당연히 과감한 외국인 인력정책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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