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동
이강동

시민사회단체들이 해 온 일들은 수없이 많다. 일제 잔재와 관련된 일에는 더욱 과감하게 항의하며 궐기해 왔다. 송도 지명은 일본의 3대 명승지 중 하나인 미야기현의 송도 지명을 가져와 일본인들이 사용한 지명이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나선 바 있다. 

일제 때 인천에 거주하던 일본인 권력자들의 이름과 일본 지명들을 인천지역 마을 지명으로 사용한 곳을 찾아내 고유 지명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일본은 인천에 송도유원지를 조성한다. 1936년 청량산에서 문학산까지 국제관광지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문학면 옥련리 해안을 편입하고 그곳을 인천금강·송도금강이라 불렀다. 고대 중국과 해양 교류 장소였던 제물포와 함께 문호가 개방된 능허대까지 편입해 매립하면서 송도유원지가 된 것이다.

일본인들이 사용한 송도 지명은 전국에 있었다. 최근까지 송도·송학동·송월동·도원동·도화동·선화동·해안동·일신동·중앙동·관동·만석동·작약도 지명이 일제 잔재 지명이라고 지역 관련 학계와 향토사가들이 조사해 발표하기도 했다.이 중 동구 만석동과 작약도 지명은 지금까지 발굴한 자료를 보면 일제 지명이 아니라고 확인됐다. 

당사자들은 이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 공개 사과해야 한다. 만석동 주민들은 자신들이 생활하는 마을에 애착이 있다. 그래서 마을 지명이 일제 잔재라는 주장에 마음의 상처가 컸다. 

수년 전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을 공표했을 때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친일 행적과 독재를 미화시키려는 새 역사교과서 개편을 강력하게 저지하려고 역사정의실천연대를 조직해 저항했던 일도 있었다. 

국제식물학회 식물명명규약(ICBN)에 등록된 우리 고유 식물들 이름에 일제 때 조선 주재 초대 일본공사였던 하나부사와 총독의 이름이 섞인 금강초롱꽃과 평양지모 따위 꽃들이 있다. 고유 식물 이름으로 바로잡으려고 나섰던 단체가 문화예술단체·학계·문화재 제자리 찾기회였다. 잘못된 역사적 사실들을 바르게 고치려는 행동이었다.

인천은 오랜 역사의 기품을 간직한 곳이다. 수천 년 문명을 차곡차곡 쌓아 온 옛터들이 있으며, 고유 지명들과 유적·유물들이 있다. 이러한 것을 존중하고 보존하고 홍보하는 일은 문화예술단체들이 해야 한다. 이런 일들을 향토문화를 지키고 육성시키는 운동이라고 한다. 일제 강압과 힘에 강제로 우리 지명을 말살한 일본식 지명을 찾아내 청산하고 고유 지명으로 복원시켜 놔야 한다. 이는 우리 자신을 일으키는 일이며, 망각한 우리 문화를 다시 찾는 힘이다. 

고대부터 중국과 교류가 있었던 제물포에 일본 정부가 낯선 이름 개항장을 지정했을 때 전국 각 지역 주민대표들이 한성에 모여 강력하게 반대했다. 1881년 1월이었다. 개항장 총책임자는 하나부사였다. 부산과 인천으로 상륙할 때마다 일본군들을 이끌고 온 정한론의 골수분자였다. 

처음 개항한 것처럼 쓰이는 개항장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나서야 할 예술단체들이 오히려 친일 용어를 선전하고 자랑하는 모습이다. 개항동 주민들은 다시 고유 지명 북성동으로 환원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고유 지명이 뭉개지는 문화현상에 향토문화를 보존하며 육성해야 할 예술단체들이 개항장 야행 축제 업무협약에 참여하는 건 올바른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다. 웃음꽃이 있어야 할 기념촬영에서 표정들이 굳어 있었다. 일제 찌꺼기인 친일 용어를 사용하는 축제에 참여하는 게 마음에 걸리는 듯한 모습이다. 당장 탈퇴하는 것이 문화예술단체의 면목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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