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이경자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챗GPT를 위시한 AI(인공지능) 기술이 산업과 생활, 교육 전반에 파고드는 속도가 가히 위협적이다. 이에 발 빠르게 충북교육연구정보원은 내년 3월 새 학기부터 적용될 생성형 AI 가이드라인을 개발 중이고, 교육부는 2025년부터 현장에 적용될 AI 디지털교과서를 초·중·고 모두 검정으로 발간하기로 하는 등 AI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시킨다.

정부는 지난 13일 전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국가를 목표로 9천9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 국민 AI 일상화 실행 계획’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4가지 계획이 포함되는데, 사회적 약자를 위한 AI 기기 활용, AI로 산업 대전환, 정부 행정에 AI 도입 그리고 전 국민이 AI를 원활하게 활용하도록 AI 문해력과 윤리교육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AI 기술 선점과 활용 의지가 중요한 시점에서 이 같은 AI 경쟁력 강화 전략은 매우 적실한 정책으로 여겨진다.

정책 세부 내용 중 초·중·고 학생의 AI 기초역량 강화와 SW(소프트웨어) 중심대학(58개) 전교생 대상 AI·SW 기초교육 의무화가 명시됐다. 대학생의 경우 교양필수 수준으로 AI·SW 기초교육을 포함한다는 것인데, 규모가 큰 대학교의 경우 전교생을 대상으로 시행하려면 학생 수에 걸맞은 다수 실습실이 확보돼야 한다.

종합대학의 경우 한 해 평균 3천~4천 명의 학생을 교육시키기 위해 모두 실습실을 사용해야 한다면 실습 공간 확보가 난제가 될 수 있다. 실습 수업을 비대면으로 하고 효율성과 효과성이 보장된다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2020년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불가피하게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됐고, 교수자나 학습자 모두 낯선 수업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비대면 수업은 강의실 수업 대신 온라인 도구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수업을 진행하거나 녹화된 강의를 학생들이 시청하는 방식이다. 녹화 동영상으로 진행하는 비대면 수업의 경우 강의를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시청하며 복습하고, 시공간 제약에서 자유로워서 효율적·효과적으로 학습한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 대학에서 교양소프트웨어를 필수과목으로 도입하던 초창기, 실습 수업은 반드시 실습실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대규모 학생을 위한 충분한 실습실을 확보하는 건 어려운 문제였다. 이에 부족한 공간 문제 해결을 위해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교수법을 활용했다. 이는 대면과 비대면을 혼합한 방식의 교수법으로 이론은 온라인으로, 실습은 실습실에서 진행하는 방식이다. 전면 대면 수업보다 온라인 강의 시간만큼의 공간 절약이 가능해진다.

전공자가 아닌 비전공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양소프트웨어 교육의 목표는 소프트웨어 문해력 향상, 문제 해결 능력과 컴퓨팅적 사고력을 함양하는 데 있다. 실습실에서 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할 경우 주어진 문제를 코딩을 통해 해결하면서 문제해결력과 컴퓨팅적 사고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지만 수업시간 제한이 있어 문제 해결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비대면으로 실습 수업을 진행할 경우 반복 학습이 가능해 자신만의 리듬과 방법으로 학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질의응답이 원활하지 못하고, 교수자에게 즉각적인 도움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비대면 수업의 이런 문제들은 모든 학교가 도입·운영하는 학습관리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m)을 이용한 즉각적인 질의응답, 보조자료 활용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실제 코로나 때부터 파이썬이라는 프로그래밍언어의 코딩수업을 이러닝으로 운영해 본 결과 대면 수업에 비해 효과성이나 만족도 부분에서 뒤처짐이 거의 없었다. 급속한 시대 변화와 함께 기술이 교육을 혁신했고, 더불어 교수·방법의 다양한 시도와 전환이 이뤄졌다. 안정된 LMS 시스템 기반 위에 온라인수업 효과성이 입증되면서 비대면 수업에 대한 학습의존도가 점차 높아진다. 교육을 보조하던 수단이었던 온라인교육이 이제는 뉴노멀이 된 것이다. 

AI와 SW 교육에 대한 요구가 날로 증가하는 지금, 어쩌면 비대면 코딩수업이 늘어나는 교육수요를 감당하고 공간의 불균형을 해결할 방법이 될 수 있다.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에듀테크의 유연한 활용과 보다 정교한 학습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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