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본사를 둔 유일한 지상파 방송사인 경인방송(FM 90.7㎒)이 심각한 집안싸움을 겪는다.

24일 경인방송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인방송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어 강효상·조정환 두 각자 대표 사표를 수리했다. 또 임시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해 새 대표에 사외이사인 이기우 전 인천재능대 총장을 선임하고 임시 주총을 열기로 의결했다.

이사회는 이어 의장직을 사퇴한 조동성 전 인천대 총장 후임 의장에 이기우 새 대표를 임명하고, 지난 16년간 경인방송을 이끌었던 권혁철 회장과 민천기 부회장을 해임했다.

하지만 이사회의 이 같은 결정을 지역에서는 단순한 후속 인사가 아니라 이사들 간 경영권 분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사회를 이사 6명 중 해임 당사자인 권혁철 회장과 민천기 부회장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한 데다, 이사회 개최에 앞서 보도국 기자들과 노조가 각각 성명을 내고 경영 책임자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보도국 기자들은 6일 성명을 내고 조동성 이사회 의장과 강효상 대표의 보도 편성 자율권 침해 따위를 성토하고 경영 개입 금지와 퇴사, 인사 조치를 요구했다.

노조도 성명을 내고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날밤을 샌다"며 "언론사로서 품위와 신뢰, 상식과 정의가 없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사회에 앞서 경인방송 간부들은 대주주 간 갈등으로 현 파국을 초래한 만큼 대화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양측 간 대화가 없는 상황에서 회장과 부회장 해임은 물론 새 대표까지 결정하면서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경인방송이 올해 말 방송통신위원회 재허가를 앞둔 상황에서 경영권 갈등이 이어질 경우 자칫 탈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이다.

경인방송은 1997년 개국한 iTV 경인방송 존속법인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회생에 성공해 16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가 하면 줄곧 안정감 있는 경영을 유지했다.

한동식 기자 dsha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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