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전 경인지방환경청 환경지도과장
한정규 전 경인지방환경청 환경지도과장

1960년대 이후 크고 작은 도로와 전국 각지 고속도로가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포장되면서 땅은 숨을 쉴 수 없게 됐다. 땅도 살아 숨을 쉬어야 한다. 살아 있는 건강한 땅이라야 그곳에서 나무나 풀이 자라 맛 좋고 영양분 풍부한 과일도, 싱싱한 채소도, 양질의 곡식도 얻는다. 그것을 먹고 동물들이, 사람들이 산다. 

비록 과일나무를 심고 농작물을 심는 곳이 아닌 도심 땅이라 하더라도 땅속에 수분도, 공기도 들고 나야 한다. 땅도 살아 숨을 쉬어야 한다.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도, 지렁이나 파충류 같은 하등동물이 사는 땅이어야 한다. 

또 비가 오면 빗물을 흡수·저장해 홍수 피해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의 인도와 차도는 예외 없이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땅을 꽁꽁 봉해 버렸다. 그 뿐만 아니라 건물이 지어진 곳을 빼고 도심 어디나 빈 땅이 있으면 모두 시멘트로 덮어 씌워 버렸다.

그래서 땅속에 공기나 햇빛이 통하는 것은 그만두고 빗물 한 방울도 흡수하지 못한다.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한다. 지렁이 한 마리, 땅강아지 하나 살지 못한다.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도로가 침수되고 낮은 지역에서는 물난리를 겪는다.

사람들은 자동차가 달릴 때 날리는 흙먼지나 비가 올 때 튀기는 흙탕물만 생각했지, 땅 표면을 포장으로 봉해 버리면 땅이 죽어 쓸모없어지고, 빗물을 흡수·저장하지 못하고 비가 오는 족족 하류로 흘러보내 저지대가 침수되거나 하수구가 넘쳐 물난리가 생긴다는 건 고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 대도시·중소도시 할 것 없이 도심 대부분 불투수율은 90% 내외로 비슷한 실정이다.

햇빛이 땅속으로 스며들고, 공기가 통하고, 물을 저장해 미생물이 번식하고 곤충이 살 수 있는, 또 빗물을 흡수·저장하도록 포장을 제거해 투수율을 높여야 한다. 도심 내 자동차 전용도로나 이면도로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공간이나 도로와 인도 그 중간 가로수와 가로수 사이, 도로시설물 사이, 인도와 부지 경계 담장 주위 콘크리트를 없애 투수율을 높이고, 꽃씨도 뿌리고 철쭉·개나리·라일락 꽃나무도 심어 푸른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빗물을 흡수해 수해도 막고, 햇빛과 공기가 땅속 깊이 드나들며, 그 속에 미생물 곤충이 살아 건강한 식물이 자란다.

도심에 보다 많은 녹색식물이 자라게 해 자동차 운행 시 또는 각종 기계·기구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 연소 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제거함으로써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든지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반면 쾌적한 환경보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도 있다. 그 권리와 의무를 실천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특히 도심 내 불투수율을 낮추는 일은 국가가 실천해야 할 책무다. 

보다 쾌적한 환경 조성은 국가 의지에 비례한다. 또한 인류의 노력에 비례한다. 국가는 도심 내 불투수율을 낮추고, 주민들은 공터가 있으면 철쭉·라일락·개나리 가리지 말고 무엇이 됐든 나무를 심어야 한다. 또 꽃씨를 뿌려 새 소리, 풀벌레 소리가 나고 사마귀·여치가 풀 속을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여름밤 반딧불이가 하늘에서 껌뻑이는, 그런 쾌적한 환경 속에 우리와 내가 살도록 만들어야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