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회 검단탑병원 신경외과  과장
이경회 검단탑병원 신경외과 과장

요통을 증상으로 병원에 온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먼저 요추 X-ray를 촬영한다. 그리고는 X-ray 소견상 "척추분리증이 있네요"라는 말을 건네면 모두들 깜짝 놀라면서 "척추분리증요? 그게 뭐죠? 왜 생기죠? 어떻게 치료하죠?"라는 질문을 쏟아낸다.

척추는 척추체라는 블록 쌓기처럼 목뼈에서 꼬리뼈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뼈 기둥이다. 척추뼈 사이를 연결하는 구조물은 앞에는 추간판(디스크), 뒤로는 후관절에 의해 연결되고 주변 근육, 인대들이 이를 지지한다.

척추분리증은 척추기둥을 연결하는 구조물 중 척추체를 후관절로 연결하는 다리 구실을 하는 부분을 후궁협부라고 하는데, 이 부위에 결손, 즉 분리가 되는 병을 말한다.

척추뼈가 이 결손 부위에서 앞쪽과 뒤쪽으로 분리된 상태이므로 척추뼈가 한 덩어리로 움직이지 못하고 앞뒤가 따로 흔들린다. 이로 인해 척추뼈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고, 더 진행하면 위아래 척추체가 서로 어긋나면서 척추 전방 전위증으로 악화된다

척추분리증은 전체 인구의 5~7%가 갖고 있다. 5세 이전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5~7세 소아 중 5% 정도에서 발생한다.

성장을 많이 하는 11~15세 사이에는 발병률이 증가하며, 18세에는 6~7% 빈도를 보이다가 20세가 되면 발병률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정도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척추분리증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총 26만215명으로 2015년(21만2천231명) 대비 22.6% 증가했다.

보통 요통 원인으로 ‘허리디스크’를 생각하지만 10~20대 젊은 층에서 반복되는 요통은 ‘허리디스크’보다 ‘척추분리증’을 의심해야 한다.

현재 척추분리증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선천성과 만성적인 피로성 골절로 생각한다. 선천적으로 후궁협부가 약하게 만들어지고 그 부위에 반복적인 충격이 가해지면서 결국은 분리된다. 또 일어서기, 뛰기, 점프 같은 일상생활의 척추부하 반복으로 발생하며, 한번의 외상만으로는 발생하기는 어렵다.

척추분리증은 X-ray 검사로 진단 가능하다. 그래서 증상 없이 지낸 분들이 교통사고 이후 발생한 요통으로 시행한 요추 X-ray로 척추분리증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환자들은 그동안 증상 없이 잘 지냈는데 무슨 뼈에 금이 갔느냐며 교통사고 때문에 발생했다고 착각할지 모르나, 의학적으로는 기왕증 상태로 생각한다.

척추분리증은 주로 하중과 움직임이 많은 요추 하부에서 발생한다. 초기에는 결손이 있는 부위에 통증이 느껴지며, 특히 허리를 펴는 동작을 할 때 통증이 심해진다.

대부분 사춘기까지 증상을 거의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하고 간헐적인 요통만을 호소하다가 30~40대가 되면 후관절 부위에서 척추체를 잡아주지 못해 척추체가 아래 척추체에 비해 전방으로 미끄러져 나가는 척추 전방 전위증이 일부분에서 초래된다.

그렇게 되면 척추체 사이 신경가지가 나가는 척추체 사이 추간공이 좁아지거나 신경줄기 자체 통로가 좁아지는 협착증이 발생해 하지 통증이나 간헐적 파행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반복적으로 요통이 발생하거나 요부에 국한된 통증에서 양측 하지로 저림, 통증이 발생하면 진료와 검사가 필요하다. 

초기에는 먼저 척추에 급격한 힘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 활동이나 무리한 일을 잠시 멈추고 척추가 충분히 쉬어야 한다. 그리고 물리치료나 약물치료, 운동치료, 스트레칭을 병행해서 근육, 인대를 충분히 풀어야 한다.

통증을 느끼는 동안에는 무리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운동은 통증이 호전되고 2~3주 지나서 시작해야 좋다.

장기적으로는 척추체가 불안정하니 척추기둥을 지지해 주는 근육과 인대 힘을 강화하는 운동이 필수다. 즉, 허리근육 강화운동인 빠르게 걷기, 완만한 경사길 걷기,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야 하고, 혼자서 꾸준하게 운동할 자신이 없으면 척추 전문 운동치료사 도움을 받으면 좋다.

약물로 통증이 조절되지 않으면 신경차단술이나 신경성형술 같은 시술을 고려해야 한다. 다만 약물,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 주사치료와 같은 시술은 척추 불안정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통증이 호전되지 않고 자주 재발하거나 하지 증상으로 보행하기 어려우면 불안정한 위아래 척추체를 금속나사로 잡아 고정하는 척추고정술(골융합술)을 시행해야 한다.

척추분리증은 척추뼈에 무리한 힘이 가해져 생기니 무엇보다 척추기둥에 무리한 하중은 피해야 한다. 무거운 물건 반복적으로 들기, 허리를 굽혔다 폈다 반복해야 하는 일, 장시간 운전, 점프, 엎드린 자세, 과격한 운동을 삼가야 한다. 

심한 웨이트트레이닝이나 허리 회전을 많이 하는 골프, 테니스, 탁구, 점프 많이 하는 농구, 배구, 배드민턴 같은 운동도 피하면 좋다. 몸을 꼬고 비트는 요가나 필라테스도 조심해서 해야 한다. 걷기 운동이나 수영(자유형, 배영)을 꾸준히 하면 척추 주위 근육과 인대가 강화되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

척추분리증을 진단 받으면 척추가 정상은 아니지만 살아가는 데 약간 불편할 뿐이니 크게 위축될 필요는 없다. 척추에 문제가 생겼다고 너무 심리적으로 위축돼 근육 강화 운동은 안 하고 조심스럽게만 살아간다면 결국 병은 심해진다.

척추기둥 주위 근육, 인대를 강화시키는 운동을 꾸준히 해 척추뼈 움직임을 줄여 주면 척추 전방 전위증 진행을 막고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 없이 지내게 된다.

<검단탑병원 신경외과 이경회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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