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이 지난 자리에 여러 변화가 생겼다. 그 가운데 하나가 등산이다.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던 산에는 20∼30대가 늘었다. 기자도 코로나19가 유행한 뒤 취미를 묻는 질문에 등산이라고 답한다. 당시 모이는 사람 수를 제한했지만 주로 실내에서 만나다 보니 코로나19가 옮지 않을까 걱정했다. 이에 탁 트인 야외에서 만나 운동이라도 하자는 취지로 등산을 시작했다.

처음은 아는 사람과 시간을 맞춰 한 달에 한 번 정도 산에 올랐다. 각자 사정으로 차츰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지자 동창이 만든 산악회에 가입했다. 덕분에 함께 산 오를 사람을 쉽게 구했다. 지난해 가을엔 알록달록한 산을 구경하는 재미를 붙여 주마다 산에 올랐다. 체력은 나날이 좋아져 산세가 험하다는 도봉산을 뛰어 올라가는 경지였다.

하나, 어릴 적부터 발목을 자주 접질려 고생한 기억에 눈 내린 산 오르기가 겁났다. 겨울 산행은 포기하고 3월부터 다시 산에 올랐다. 이런저런 일정과 겹쳐 한 달에 한 번에서 두 번 산을 다니다가 7월 말부터는 장마와 폭염으로 등산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추석 연휴를 맞으니 거짓말처럼 날이 선선해졌다. 등산하기 좋은 계절이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한껏 즐기세요’라는 메시지를 받은 김에 시간이 맞는 사람을 수소문했다.

학교 선배와 산을 오르는데 오랜만에 만난지라 입은 쉬지 않았고 산 초입부터 숨이 턱턱 막혔다. 몸은 정직했다. 한동안 산을 찾지 않았기에 지난해 함께 속도를 맞춰 오르던 사람이 앞질러 먼저 치고 나갔다.

등산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의욕이 앞서 앞선 사람 속도를 따라잡겠다고 서둘렀을 테다. 그러다 숨이 잘 안 쉬어지고 몇 날을 근육통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다. 그 뒤로 등산을 하는 까닭은 오로지 완등이다.

스스로 만족스러운 등산을 꼽으라면 자연을 둘러보며 가진 체력에 맞춰 속도를 조절해 정상에 올랐을 때다. 지치면 쉬고 무리하지 않는다. 잘하고 싶어서 무리를 했다가는 금방 지칠 뿐만 아니라 후유증이 오래 가기 때문이다.

삶도 일도 등산과 닮았다. 능력 밖의 일을 해내려고 무리를 했다가는 실수하기 십상이다. 산을 뛰어오르던 체력을 되찾도록 이번 가을에는 짬을 내서 등산하는 기쁨을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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