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경 제20대 대선 사전투표관리관 
이도경 제20대 대선 사전투표관리관 

요즘 OTT 플랫폼에서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인기를 끈다. 주인공들이 능력을 숨기며 살다가 위험이 닥치면 하나씩 가진 초능력을 발휘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의 드라마인데, 문득 지난해 양대 선거에서 사전투표관리관으로 일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해 2월부터 3월까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하며 확진자가 폭증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에 감염병에 의한 격리자 등의 선거권을 보장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했고, 그에 따라 확진자 등 격리자에 한정해 사전투표소 운영시간을 연장하는 절차를 추가 마련했다.

격리자 등에 대한 투표 절차가 추가되면서 투표관리 업무는 기존보다 복잡해졌고, 다른 공직선거와 비교해 투표율이 높은 대통령선거에서 거침없이 늘어나는 확진자 수만큼 부담감도 커져만 갔다.

격리자 등에 대한 투표는 일반선거인 투표를 마감한 후 진행했는데, 투표율이 높다 보니 투표소는 투표를 마치지 못한 선거인들로 혼잡했고, 예상보다 투표하러 온 격리자들이 훨씬 많아 일반선거인들과 동선이 겹칠 수밖에 없어 투표소 혼잡은 더욱 심해졌다. 결과적으로 많은 논란이 발생했고, 선거 과정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 

당시 우리에게 초능력이 있다면 어땠을까? 초능력으로 복잡한 상황을 신속하게 정리해 문제 없이 투표가 진행됐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그런 초능력이 없다. 

당시 현장에 있던 투표관리관인 나와 사무원들, 안내요원까지 모두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결과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만반의 준비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고, 그에 대응하는 일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늘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의 노력까지 흔적 없이 사라지고 비난받는 듯해 무척 속상하고 아쉬웠다.

내년 4월에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치른다. 드라마 속 주인공과 같은 초능력자가 없는 선거관리위원회는 내년 국회의원선거를 어느 때보다 더 철저하게 준비하겠지만, 그럼에도 미흡한 점들이 보일 테고 선거 과정에 대한 신뢰를 한번에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정한 선거를 위해 묵묵히 맡은 업무를 수행하는 선거관리위원회 직원과 동 행정복지센터 직원, 학교 교직원, 일반인들이 투표관리관, 투표사무원으로서 선거인의 소중한 선거권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니 실망과 비난보다는 격려와 응원으로 가득한 국회의원선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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