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이야 궁핍하다는 얘기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만, 어째서인지 악화일로를 걷는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쉽게 가시질 않는다. 오죽하면 추가경정예산을 포기하고, 지방자치단체까지 예산 줄이기에 안간힘을 쓴다. 문제는 과연 세금이 덜 걷혔기 때문이라는 ‘세뇌’에 가까운 주장만 펼친다는 데 있다. 정말 세수만이 문제일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돈은 미래 세대의 부를 근거로 무작정 찍어내는 ‘공수표’에 지나지 않는다.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돈을 무한대로 찍어내는 일이 ‘양적완화’의 근간이다. 정부 예산 역시 미래 세대가 지불해야 할 세금을 ‘가불’해서 사용한다고 볼 법하다. 국가부채는 미래에 걷힐 세수를 바탕으로 빚을 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미래 세대를 볼모로 하면서도 우리 아이들이 삶의 근간으로 삼아야 할 요소들은 쏙쏙 잘 빼먹는다. 마구잡이식 자연 훼손을 보면 쉽게 알 만하다. 한국을 가득 채운 포퓰리즘(Populism) 정치는 아이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퍼주기를 남발하고 싶으면 세금 말고 당신들 사재(私財)로 하든가.

붕괴 조짐은 각종 데이터에서도 보인다. 국제통화기금의 ‘세계부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2년 기준 108.1%를 기록, 5년 전보다 16.2%나 증가했다. GDP 대비 기업부채 역시 2021년 기준 113.7%를 기록해 1997년 외환위기 당시(108.6%)를 앞질렀다. 한국이 생산하는 경제총량이 빚보다 부족하다는 의미다. 

각종 경제지표는 ‘빚’으로 채워지는데도, 대한민국은 괜찮다는 낙관론이 팽배하다. 최근 들어 가시화된 미국의 ‘셧다운’ 공포 역시 그저 그런 기사로 치부한다. 대체 얼마나 많은 부를 축적했길래 이렇게 희망찰까?

‘양적완화’라는 그럴 듯한 탈을 쓴 ‘강탈(Heist)’이 만연함에도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시중에 풀린 유동성(돈)이 부메랑처럼 날아와 뒤통수에 박혀도, 화폐 가치 폭락을 보면서도 힘들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명절에 제사상 차리는데 수십만 원을 지출하면서 새삼 느낀다. ‘돈이 똥값 됐구나’ 하고…. 

현 정부는 그동안 정부가 싸 놓은 ‘똥 덩어리’를 과감히 공개하고 처리해야 한다. 더 이상 세수를 핑계로 삼아선 안 되며, 예산 삭감이 마치 대단한 일인 양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알리는 일이 아이들에게 속죄하는 첫걸음임을 인정하기 바란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