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원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서보원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요즘 중소제조업을 해서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드물다. 경기 침체로 대기업도 생존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그래서 가격 인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거기에 중소기업은 생존 위협까지 느끼게 됐다. 

제조공장을 돈 버는 곳으로 만들지 못하면 돈을 쓰는 곳으로 바뀐다. 돈 버는 원리는 간단하다.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며, 나아가 낭비를 제로화하면 된다. 수익에서 비용을 제한 금액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낭비를 줄이는 일은 쉽지 않다. 낭비를 줄이는 활동이 혁신 활동이다. 

제조업 혁신 대상은 경영, 관리, 현장 영역으로 구분한다. 사람도 머리, 몸통, 다리로 구분하듯이 기업도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경영이 머리라면 관리는 몸통이고, 현장은 다리 역할을 한다. 현장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원가를 낮추고 리드타임을 줄여 투입 자원을 절약하므로 제조원가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활동이 필요하다. 이것은 ESG 내재화를 통한 활동으로 가능하다.

공장을 살펴보자. 제조 현장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곳이다. 석탄, 전기, 가스, 용수 따위를 사용한다. 이 모든 것이 탄소 발생 요소이며 제조원가 요소이기도 하다. 품질 개선을 통해 원자재 사용량을 줄이면 원재료 사용량 감소로 탄소발생량 또한 줄어든다. 납기를 준수하기 위한 노력으로 리드타임을 단축한다면 탄소중립 활동을 한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현장에서 ESG 내재화 실천을 통해 발생하는 각종 낭비 요소 개선이 바로 ESG 활동이기 때문이다. 

현장은 부가가치를 만드는 곳이다. 값싼 원재료를 투입해 공정을 거쳐 값비싼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식자재로 조리하면 음식이 되고 그러면 부가가치가 커진다. 철광석을 녹여 철을 만들고 철로 자동차를 만든다. 엄청난 부가가치가 공장 안에서 만들어지는 셈이다. 공장은 현대판 연금술이다. 모래로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이야말로 진정한 연금술이 아닐까? 

그런데 이러한 공장이 돈을 벌지 못하면 오히려 돈을 쓰는 곳이 된다. 이해관계자 요구가 복잡해지고, 제품 수량이 많아지고, 고객이 늘어나면 다양한 제품을 다양한 고객 요구에 맞게 생산이 이뤄져야 하므로 공장이 매우 복잡해진다. 다양한 공정과 다양한 생산 체제를 갖추므로 낭비가 발생할 여지가 커지고, 그 낭비 크기 또한 이익을 초과하는 상황까지 오지 않겠는가. 

인풋보다 아웃풋이 적은 공장은 손실이 발생하고 지속성장할 수 없다. 인풋은 투입 자원이다. 사람, 돈, 설비, 시간 등을 투입해 완제품이란 아웃풋을 만들어 제품 품질과 원가, 납기에 맞춰 고객 만족을 유지시켜 줄 때 기업은 존재하고 성장한다. 그러므로 수익을 창출하려면 가격을 차별화하든지, 기능으로 차별화하든지, 품질을 차별화해야 한다. 

끝없는 무한 경쟁 상황에서 여전히 제품은 다양해지고 시장과 고객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낸다. 대기업은 신제품을 개발해 구매자들을 자극하고, 새로운 구매영역을 만들어 시장을 선도하며 희소가치 장점을 활용해 높은 이익을 챙기지만 중소기업은 신제품 개발과 신시장 개척 능력이 부족하기에 결국 같은 시장에서 동종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므로 오퍼레이션 경쟁력으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시대 흐름에 따라 경영전략을 변화시키며 발전했다.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변종 변량생산 방식으로 수요·공급 변화와 고객의 니즈 변화에 맞춰 시장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경영전략을 꾸준히 변화시켰다. 수요가 넘친 생산자 중심의 경쟁 시대에서는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으로, 고성장 시대에는 만들면 팔리던 시대로 생산 능력과 CAPA 확보에 주력하는 경영전략을 구사했다. 반대로 수요가 공급보다 적고 공급 능력이 커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저성장 시대에서 기업들은 경쟁자와 차별화하고자 제품 다양화를 추구하면서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 라인 생산이 셀 생산 방식으로 바뀌고, 팔릴 만한 물건만 만드는 수주 생산 방식이 경영의 주요 전략이었다. 

이러한 저성장 시대를 거쳐 글로벌 세계화로 확대되면서 무한 경쟁 시대를 맞이했다. 공급이 절대적으로 많아지면서 종류도 다양해지고 수주도 다양해지는 변종 변량 시대가 된 것이다. 무한 경쟁 시대에는 고객에게 선택받을 제품을 출시해야 하므로 고객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는 제품 출시를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경영전략을 수립했다. 기업으로서는 매우 고통스러운 시대가 됐고, 적자생존 시대로 접어들게 된 셈이다. 

더 나아가 지금은 ESG 경영 시대다. ESG 경영 시대는 또 다르다. 시장과 고객에게 선택받을 만한 조건을 갖춰야 살아남는다. 아무리 품질이 좋은 제품과 가격경쟁력을 가졌더라도 ESG를 추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와 시장 진입 조건에 맞추지 못하면 더 이상 제품을 공급하기 어려운 시기가 된 것이다. ESG 요소가 선행관리 항목이기 때문에 경영의 우선순위와 패러다임을 ESG 요구에 맞춰 기업을 운영하는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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