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 경기반려마루가 최근 화성시 불법 번식농장에서 구조한 강아지 600여 마리를 한꺼번에 보호하면서 수용 한도를 초과해 청소와 시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전광현 기자 jkh16@kihoilbo.co.kr

경기도가 위기에 처한 다수의 개를 구출하려고 의욕을 갖고 긴급 수용했지만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황에서 구조한 탓에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10일 오전 여주시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 경기반려마루. 이곳은 아직 정식 개관하지 않았는데도 구조한 개 수백 마리가 이미 입소했다. 정식 개관은 다음 달 중순께 한다.

도는 지난달 2일 화성시 팔탄면 개 번식장에서 개 1천400여 마리를 구조한 뒤 절반가량인 701마리를 직접 보호·관리하기로 했다. 6일 기준 경기반려마루에 604마리, 화성시 도우미견나눔센터에 97마리를 각각 나눠 수용한 상태다.

하지만 정식 개관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긴급하게 개를 수용한 데 따른 부작용이 상당하다. 수백 마리가 몰리면서 수용 가능한 개체 수를 넘어섰고, 청소인력 부족은 물론 개가 머무는 케이지 수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시설별로 경기반려마루 258개, 도우미견나눔센터 79개를 합쳐 케이지 337개를 가동할 만한 여건으로, 케이지 수가 부족해 한 케이지에 개 세 마리를 함께 보호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도우미견나눔센터의 경우 당초 존립 목적 자체가 도우미견 교육과 입양기관인데도 예상치 못한 대규모 입소견 탓에 본래 업무 수행에 하중이 걸린 상태다.

아직 정식 직원을 채용하지도 못한 경기반려마루는 더 심각하다. 도는 6월 민간업체와 위탁계약을 맺고 정식 개관에 앞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업체 직원 17명이 근무하면서 동물 보호·입양을 비롯해 반려동물 미용, 문화행사, 각종 교육을 담당할 예정이었는데 갑작스러운 대규모 입소로 위탁업체 대표까지 나서 시설 청소나 위생 업무를 수행 중이다. 자원봉사자들이 그나마 일손을 돕지만 체계 있는 관리를 도맡아야 할 직원이 없어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다.

이곳에 입소하기 전 번식장에서 학대와 열악한 환경으로 질병을 앓아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던 110여 마리 중 17마리는 이미 폐사한 상태로, 밀집한 환경에서 보호하는 여건에서 행여나 전염병이라도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동물보호단체 동물권행동 카라 관계자는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이 한 케이지에 모여 지내면 정상이 아닌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수시로 산책과 영양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도 관계자는 "도 대처로 많은 반려동물을 구출했으나 상황이 워낙 급박하다 보니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며 "정식 개관한 뒤 인력 충원과 함께 부족한 시설을 집중 보강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기반려마루는 관리 중인 개에 대해 건강검진, 예방접종, 중성수술을 거쳐 이달부터 입양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김민기 기자 mk1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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