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철 의왕시 문화예술정책관
안종철 의왕시 문화예술정책관

인류는 수천 년 역사 속에서 다양한 문화를 형성했다. 이러한 문화는 지역, 시대, 인종, 종교에 따라 크게 다르며, 잠시 반짝하고 끝나는 유행과는 구별된다.

예를 들어 석기시대에는 도구와 무기를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회구조와 생활 방식이 변화했으며, 농경시대에는 농업과 축산업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식생활과 생활환경이 바뀌었다. 그리고 산업혁명 시대에는 새로운 기술과 생산 방식이 등장하면서 경제와 삶의 형태가 크게 변했고,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현재 역시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 

이렇듯 문화의 변화는 시대 변화에 따라 같이 변하고 기술,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와 연결된다.

인류 문화사에서 보듯이 개별 사회나 집단의 문화는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다양한 사회적 조건들과 세력들 사이의 경합에 의해 그 내용과 형태가 조절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는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정신에 의해 창조되고 전달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과거 문화는 정치체제와 사회환경에 따라 정책적으로 통제되기도 하고 정책목표에 의해 방향이 조절됐다.

국가권력은 통치 규제의 수단인 정책을 통해 특정한 문화를 활성화시키고, 그것을 전체 사회에 지배적인 문화로 포지셔닝하며 다양한 제도와 담론의 뒷받침을 끌어내어 지배적 문화를 재생산하기도 했다. 

한국 사회에서 문화는 오랜 기간 전통예술, 문화재, 고급예술로 이해됐다. 그래서 과거 정부는 고급예술만을 지원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정보통신기술이 크게 발전하고 문화산업이 급성장하자 1990년대 중반 그동안 문화 관련 정책 대상에서 외면되던 문화산업이 정책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정부의 문화에 대한 인식은 예술에서 산업으로 변화했으며, 2000년도엔 문화 콘텐츠 전문 지원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설립했다. 

그동안 실체로서 존재했지만 외면했던 ‘대중문화산업’이 대중의 삶과 밀착되면서 더 이상 문화정책 영역에서 무시할 수 없게 됐음을 보여 준 사례다.

클래식음악, 그림, 문학 따위 고급예술이 소비되는 시장보다 대중음악, 영화, 공연, OTT를 중심으로 하는 대중문화가 소비되는 시장이 훨씬 더 커진다. 이렇듯 대중문화는 시대 흐름과 함께 변화하며 발전한다.

최근 대중문화에서 강조되는 트렌드를 몇 가지 살펴보면, 첫째가 인종, 성별, 국적, 종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는 현대사회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 즉 다양성과 포용성 문화가 큰 흐름이다. 

둘째는 지역의 문화적 가치와 이를 이용한 지역경제 활동 등 부가가치를 창출하려고 하는 컬처노믹스 생태계를 중시한다. 

셋째는 문화 트랜스포메이션(culture transformation)이다. 이는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인해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중문화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면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메타버스 등 새로운 분야에서의 대중문화 콘텐츠 생산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 밖에 문화예술에 AI기술 활용, 다양한 문화 간 융합이 대표적 트렌드다. 이렇듯 대중문화는 시대 흐름과 함께 변화한다. Old와 New,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은 대립과 융합을 거듭하며 또 다른 변화를 하며 진화한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문화예술의 본질은 시대를 반영하거나, 때론 시대를 앞질러서 새로운 사상을 잉태하고 상상력을 보충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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