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민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유정민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머니볼(Moneyball:the Art of Winning an Unfair Game)」은 경제 저널리스트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의 경영학 서적이다. 이 책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Oakland Athletics) 단장 빌리 빈(Billy Beane)이 스몰 마켓의 팀을 데이터 기반 팀 운영이라는 전략을 통해 리그에서 승리하게 만든 사례를 소개하고, 이를 자본 차이를 내재한 불공정한 게임에서 승리하는 경영 전략으로 이야기한다. 경영학 서적이지만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더 잘 알려졌고, 경영학 이론보다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빌리 빈의 성공 스토리로 감동을 주는 실화로만 아는 경우가 더 많다.

빅데이터 시대로 일컬어지는 현재, 야구 경기나 또는 다른 스포츠 경기에서 통계 또는 데이터를 활용한 경기 분석과 선수 선발·관리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보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빌리 빈의 선수 선발과 기용에 대한 감독과 팀의 반발은 매우 컸다.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어쩌면 그 시대에는 생소하고 새로운 것일 수도 있지만, 인간의 직관과 경험을 대체할 수준 높은 데이터를 활용할 기회가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 우리에게 더 나은 기회와 성과물을 제공하는 게 사실이다. 

우리가 컴퓨터게임을 하거나 스크린 야구·골프를 즐길 때 게임 프로그램은 상대팀, 경기장 또는 환경 특성이나 바람 방향 등을 고려해 우리에게 최적화된 선수를 기용하도록 특성을 알려 주거나 공의 방향이나 힘 조절이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게임에서 일러 주는 최적화된 솔루션 대신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하는 생각으로 다른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게임에서 승리 확률은 떨어질 것이다. 

인공지능이 없던 시절 우리가 긴 시간 몸소 경험해 체득했던 기술들을 이제는 빅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이 학습해 우리에게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고, 우리가 실시간으로 이를 학습하는 동시에 최적화된 결과물을 내도록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리더십을 논의하는 강의 중 학생들은 여전히 빅데이터와 이를 활용한 인공지능의 의사결정 기능을 인간의 의사결정 보조 수단쯤으로 여기고 데이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현재 수준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완벽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으나,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면서 실시간 분석·제공하는 선수 정보나 경기 특성에 관한 데이터를 볼 수 있고, 우리는 누구나 감독과 같은 마인드로 경기를 해석하고 이해하면서 마치 감독처럼 선수의 다음 행동에 대한 의사결정 대안을 제시하는 시대다.

스크린 야구나 골프를 하면서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루트가 아니라 일부러 다른 루트로 공을 보내려 하는 게 아니라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의사결정의 결과물이 신뢰할 만하고, 인간의 의사결정 결과물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적다는 건 누구나 인정할 테다. 그렇다면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다른 부문의 의사결정도 우리가 신뢰할 만한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도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빅데이터 리더십은 빅데이터를 개발하는 게 아니라 그 활용 능력을 향상시키는 리더의 경영 능력이자 역량이다.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 가치를 알아보고 조직에 이를 활용하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조직 전체 구성원이 데이터의 가치를 인지하고 활용 능력을 최대화하도록 전문가를 고용해 조직 구성원의 데이터 활용 기회를 확대시켜 주는 것이 빅데이터 리더십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스크린 야구나 골프에서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해 준다고 우리 공이 모두 홈런을 치거나 홀인원이 되는 건 아니다. 실시간으로 최적화된 솔루션 사례를 학습하면서 최적화된 솔루션에 따른 성과를 만들도록 적절한 자원을 기용하고 개인 역량을 향상시켜야 진정 게임에서 승리하게 된다. 빅데이터와 이를 활용한 머신러닝이나 딥러닝이 가능한 인공지능은 이미 리더의 직관과 통찰력에 의존하는 많은 의사결정 능력을 대체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사결정 결과가 결국 성공 또는 승리로 실현되려면 이를 실행하는 구성원의 역량과 이를 이끌어 내는 리더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머니볼 시대와 빅데이터 시대의 정보 수준 차이는 크겠지만 빌리 빈의 리더십과 빅데이터의 리더십은 크게 차이나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활용할 데이터 수준이 높아질수록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과 그렇지 않은 의사결정의 차이는 더욱 커진다. 빅데이터에 기반하는 시대 변화를 빠르게 인지해 데이터 가치를 인정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일상화할 조직문화와 기반을 마련하는 빅데이터 시대의 리더십 역량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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