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은 핼러윈데이다. 핼러윈은 우리나라 고유 명절이 아니지만 마치 크리스마스처럼 우리 사회에서 대표 이벤트 또는 기념일로 자리매김했다. 

이전에는 핼러윈데이가 다가오면 독특한 의상을 입고 사람들은 저마다 각종 행사를 쫓아다녔다. 너나 할 것 없이 튀는 옷과 소품을 준비하고 파티를 즐겼다. 전국 곳곳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해 서로 빠르게 공유하면서 다채로운 분위기를 만끽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이른바 ‘10·29 참사’ 1주기를 앞뒀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서 159명이 숨지고 196명이 부상을 입었다. 어느덧 1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즐기는 날보다는 추모의 날로 성격이 변했다.

유치원이나 학교, 놀이공원에서도 핼러윈데이 축제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에버랜드·롯데월드·레고랜드를 비롯한 국내 유명 놀이공원은 올해 가을 축제를 기획하면서 핼러윈데이 테마를 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롯데·신세계·현대 같은 백화점부터 편의점·대형마트까지 올해는 핼러윈 관련 마케팅을 계획하지 않았다.

경기도내 시·군도 축제에 핼러윈 분위기를 활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예년 같았으면 이달 말인 31일 전후로 핼러윈 축제를 열지만, 각계각층에서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보인다. 반면 ‘10·29 참사’ 1주기와는 별개로 핼러윈데이를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태원 참사는 본질이 다른 문제다’, ‘핼러윈 행사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처럼 핼러윈 이벤트나 행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처럼 현재 핼러윈데이를 두고 각계각층에서 찬반 논란이 인다. 그러나 우리 기억에는 경사진 좁은 골목에서 군중 수백 명이 압사당해 쓰러진 모습이 생생하다. 더 이상 제2, 제3의 ‘10·29 참사’가 재발해서는 안 된다. 시간이 흐르면 희생자들의 존재를 잊을 테지만, 최소한 지금은 모두가 자중하면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 시기다.  <박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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