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영 인하대학교 교수
조현영 인하대학교 교수

토드 로즈는 발달심리학 전문가로 하버드 교육대학원에서 교육·두뇌·지성 프로그램과 개인학 연구소를 맡았다. 중학교 시절 ADHD 장애 판정을 받고 부진한 성적으로 고등학교 중퇴 후 최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며 생활보호에서 벗어나기 위해 처절하게 생활했다. 그는 이후 독학으로 대학 검정시험 GED를 통과해 야간 수업을 들으며 하버드 교육대학원에서 인간발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세계 최고의 교육학자가 됐다. 지금은 세상 모든 사람이 충족된 삶을 누리고, 살아갈 기회를 제공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혁신 활동을 한다.

그는 「평균의 종말」이라는 저서에서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평균 없는 세상을 꿈꾼다. 여기서 평균은 우리 삶 전반에서 개별성을 간과하도록 만드는 잣대로 간주한다. 현대사회에서는 평균적인 사람이 한 집단, 한 유형의 전형이 되고 평범하다는 것은 평균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평균 이하로 평가받으면 실패로 여기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평균 이상이 되고 싶어하고 때론 압박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우리는 타인처럼 돼야 하지만 그 가운데서 더 뛰어나려고 애를 쓴다. 평균을 벗어나는 데 대한 두려움과 함께 평균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욕심을 갖게 만드는 것, 그것이 평균의 시대 우리 모습이다.

필자의 어린 시절, 유명 프랜차이즈 대형 패밀리레스토랑이 유행했었다. 당시에는 세련된 인테리어에 어마어마하게 큰 규모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스태프들, 거기에 참여하는 개인들은 무엇인가 트렌드를 조금은 앞서 나간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은 그런 대형 프랜차이즈 식당보다 33㎡도 안 되는 작은 식당, 어디에서도 먹지 못하는는 단 하나뿐인 맛집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평균주의 시대는 경제적 효율성에 대한 신화 속에서 과학적 정당성 부여가 그것을 탄탄하게 뒷받침하며 평균에서 벗어난 개인은 혐오의 대상이 되곤 한다. 평균이 정상의 기준이 되고, 거기에서 벗어난 개인은 집단의 오류로 간주해 정형화된 대상에 권력을 부여하며 우리 사회의 획일화와 관리 효율성을 부여했다.

이러한 평균주의는 교육을 통해 더욱 강화돼 온 측면이 없지 않다. 오래전 교육학자 손다이크는 테일러주의를 전폭 지지하며 표준화된 교육시스템과 등급 중심의 교육을 주장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현재도 그대로 유지되며 선발적 평가와 우리 사회의 계층적 서열화 기반이 된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개인의 개성과 꿈을 강조하는 진로형 교육과정이 강조됨과 동시에 여전히 평가의 공정성을 강조하며 객관식 선다형 시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평균주의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최근 발표된 수능 개편안은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 그 좌표를 잃게 만드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

우리에게 살아가는 동안 평균이라는 잣대가 계속 따라다니지만 평균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평균은 개인의 특성과 맥락을 고려하고 들여다보게 되면 개인을 제한하고 패턴화하는 허상일 뿐이다. 평균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보면 변수이고 오류로 보일 만한 것들이 개인의 맥락을 통해 보면 너무나 상식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평균을 뛰어넘고 싶어하는 욕구를 당연스레 인정하게 되더라도 거기로 나아가는 개인들의 삶의 과정은 지극히 평균적일 수 없는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미래사회는 지금까지의 경제적 효율성보다는 인간성을 최우선으로 하게 될 세계가 되리라 기대한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 전반에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이름으로 평균의 시대를 거부한다. 평균적 인간을 거부하며 집단 특징이 아닌 모든 개인의 특성, 다양성을 강조하며 오롯이 나만의 것, 개인의 존엄성을 실현하고자 한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평균을 바탕으로 설계한 시스템은 실패하기 쉽다. 평균 없는 세상에서 산업은 고유의 브랜드 가치와 함께 개인의 존엄성을 추구한다. 

교육 역시 학습자 개인을 중시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혁신을 추구하는데, 이 모든 것은 평균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다. 평균화된 성적 대신 다면적인 능력의 평가, 개개인 학생의 진로를 존중하기 위한 고교학점제 시행, 논술형 평가를 통한 학생의 창의적이고 확산적인 사고를 독려하기 위한 변화들, 이 모든 노력들은 평균주의를 거부하는 듯하지만 사실상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을 추구하는 모든 인류의 상식적이자 평균적인 생각을 기반으로 한다. 다만, 전 인류 공동의 목표가 개인성의 원칙과 조화를 이루기 위한 접근들 일뿐이며, 우리는 그 균형을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만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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