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作 ‘귀향열차’. <이천 시립월전미술관 제공>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은 2023년 가을 기획전으로 ‘생성의 미학:이석구의 작품세계’전을 개최한다.

26일부터 12월 17일까지 이천시립월전미술관 1∼4전시실에서 작품 50여 점을 소개한다.

현대를 대표하는 한국화가로 전통성과 현대성, 문인화와 추상미술의 미감을 융합해 독자적인 길을 개척한 이석구(1942∼)의 작품세계 전반을 망라, 조명한다. 먹과 채색, 종이와 비단을 비롯한 다양한 재료를 탁월한 조형의식으로 다뤘던 작가의 60여 년에 걸친 작품세계를 감상할 좋은 기회다.

생성은 60년에 걸친 작가 이석구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생성이란 단순히 어떤 사물이 생겨난다는 의미를 넘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간과 자연, 세상이 변화하고 또 이것이 무한하게 반복된다’는 진리를 내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과 삶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는 작가의 생각을 담는다.

작가의 오랜 화력 동안 작품의 지향점이나 표현 방식은 끊임없이 변했지만 주제의식은 달라진 적이 없었다. 이번 전시는 생성에 초점을 맞춰 작가의 작품을 돌아본다.

초기 작품세계에 해당하는 1960년대 초부터 1970년대 기간 작가는 인물, 산수, 화조 등 수묵채색화의 다양한 장르를 두루 다루며 자신만의 그림을 모색했다. 그렇지만 이 시기 그의 그림들은 단순히 20∼30대 청년이 그린 모색기 작품이라고만 볼 수 없는 표현적이고 강렬한 화면을 보여 준다.

실제 작가의 초기작인 1960년대 작품들을 망라해 보더라도 기본적으로는 모두 구상의 범주에 포함되지만 이후 작가가 중요한 표현의 하나로 활용하는 추상의 전조가 이미 발견돼 그 진취적 면모를 엿본다. 그는 초기작에서조차 이미 사실성만을 의도한 그림은 그리지 않았던 셈이다.

이석구의 추상미술에 대한 관심은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했다.

신라 칠기 표면의 붉은 색 그리고 그 위에 그려진 기마인물도의 이미지를 가져오며 비구상적 조형언어로 화면을 구성했다. 또 전체적으로는 거친 질감의 표현에 주력함으로써 고색창연한 시각 효과도 얻었다. 추상과 구상,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고자 했던 작가의 태도를 엿보게 된다. 이는 이후 지속될 그의 작품세계의 중요한 특징이 형성된 것이기에 의미가 크다.

이러한 그의 접근은 1980년대 들어서는 전각의 모티브를 기하학적·구조적으로 활용한 작품세계로 이어진다. 또 금관과 귀걸이의 장식, 진묘수(鎭墓獸), 벽화, 벽돌의 문양 등 백제 고분미술의 다양한 요소들을 작품에 수렴, 이를 정갈하고 균형 잡힌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구성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세계는 2000년을 기점으로 변모 양상을 보여 준다. 산, 구름, 꽃, 달 들 구체적 형상을 지닌 요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천=신용백 기자 syb@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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