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화성시 봉담읍 원룸촌 일대에서 시민단체와 학부모로 구성한 시민비상대책위원회가 퇴출 전쟁을 선포했다. 대상은 여성 10명을 연쇄 성폭행한 이른바 ‘수원 발바리’ 박병화다.

성폭행으로 15년을 복역한 박병화는 출소한 뒤 주거지로 이곳을 골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정명근 화성시장을 비롯한 시민들은 ‘강제 퇴거시키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박병화가 입주한 원룸 인근에는 대학교 3곳과 초등학교 1곳, 유치원 1곳이 있고 원룸촌에만 1천500여 가구가 살아 반발을 더 키웠다.

앞서 2020년 12월엔 안산시 와동 일대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역시 아동 성폭행 혐의로 12년을 복역한 뒤 출소한 조두순이 이곳을 살 곳으로 택해서다.

앞으로 이 같은 ‘고위험 성범죄자’ 주거지 논란이 사그라질지 관심이 쏠린다.

법무부는 24일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 거주지 제한 들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성폭력 범죄자 성 충동 약물 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26일부터 12월 5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발표했다. 재범 위험이 높거나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출소한 뒤 지정한 시설에 살도록 하는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이다.

제정안은 법원이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에게 주거지 제한 명령을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주거지 제한 명령은 기본으로 13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범행했거나 3회 이상 성범죄를 저지른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 중 성범죄로 10년 이상 형을 선고받은 성폭력범이 대상이다.

보호관찰소장이 연령·건강·생활환경을 토대로 주거지 제한이 필요한지 판단해 검찰에 제한 명령을 신청하면 검찰이 필요 여부를 다시 검토해 법원에 청구하는 방식이다. 검사는 보호관찰소장에게 피해자 관련 사항, 재범 위험성, 주거지 주변 환경에 대한 조사를 요청할 권한이 있다.

법원이 주거지 제한 명령을 내릴 때는 대상자가 사는 광역자치단체 안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운영 시설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정한 ‘지정 주거시설’을 주거지로 지정해야 한다.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미 출소한 조두순·김근식·박병화에게도 적용한다. 주거지 제한 명령은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이어서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주거 제한 검토가 필요한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는 지난해 말 기준 325명이다. 이 가운데 2025년까지 출소 예정 인원은 올해 69명, 내년 59명, 2025년 59명이다.

함께 입법예고한 성충동약물치료법 개정안은 검사가 고위험 성범죄자를 기소할 때 무조건 전문의 감정을 받도록 하고, 성도착증 환자는 성 충동 약물 치료 명령을 청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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