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 도화동에 일대에 한창 공사 중인 도시형 생활주택.
미추홀구 도화동에 일대에 한창 공사 중인 도시형 생활주택.

도시형생활주택은 공동주택 한 형태로 주차 비율을 낮추고 용적률과 건폐율은 높인 데다, 부대시설을 생략하면서 일반 아파트보다 법 기준을 완화한다. 반드시 도심지에 자리잡아야 하고 1가구마다 전용면적은 85㎡ 이하로, 전체 가구는 300가구 미만에 최대 5층 이하로 제한한다.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값싼 주거를 다량 공급해 도심 주거난을 해결하려고 2009년 2월 3일 만든 방침이다.

그러나 제정한 지 십수 년이 지난 지금 사정은 달라졌다. 촘촘하지 못한 법 기준 탓에 저품질 ‘도생’을 우후죽순 짓고 과잉 공급하는 통에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외려 주거환경을 해친다.

부대시설 없이 여러 가구가 몰린 데다 주차할 공간도 적어 그다지 쾌적한 주거 형태가 아니거니와, 그마저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빈집 상태로 노는 가구도 늘었다.

5층 이하 저층까진 도생으로, 그 이상 고층은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를 달리 표기해 ‘나 홀로 아파트’를 짓는가 하면 법률을 최대한 유리하게 해석한 형태의 건축물도 넘쳐난다.

이선용 미추홀구의원은 "업계에서 잔여 매물을 걱정하지 않고 도생을 마구 짓는 데는 믿는 구석이 있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임대주택 제도를 지목했다.

LH는 2004년부터 가구별 전용면적이 85㎡ 이하이고 건물 사용승인일이 10년 이내인 민간 공동주택을 매입해 주거취약계층과 청년·신혼부부에 시세 30% 수준으로 싸게 공급한다. 주거가 불안정한 사회취약계층에게 주거를 공급하고, 미분양으로 애를 먹는 영세 건축업자를 구제하는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한 주거복지사업이다.

그러나 도생 도입과 함께 건축규제를 완화한 최근 10년을 전후해 LH에 통으로 매각할 속셈으로 최소 기준만 지켜 날림으로 짓는가 하면 이 같은 매입 제도를 악용하는 업자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미분양 걱정이 없으니 LH나 iH(인천도시공사)에 통매각하길 선호하는 업자가 늘었고, 어느 순간 주객이 전도돼 빈 땅만 보면 통매각을 노리고 도생 건축에 나서는 형태로 업계 관습이 굳었다"고 부연했다.

이어 "지자체는 건축을 허가하면 세수 확보로 이어지다 보니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어서인지 따로 제재도 하지 않는 듯하다"고도 했다.

업자에겐 그야말로 ‘블루오션’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업자 사정이 반전됐다. 지난 4월 LH가 일명 ‘건축왕’이라고 하는 전세사기범 오피스텔을 비싸게 사들이는가 하면 브로커를 거쳐 매입임대용 주택을 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매입을 잠정 중단한 영향이다.

LH가 주춤하자 통매각을 노리고 주택을 짓던 당초 업자들이 난감해하는 눈치다. 통매각을 염두에 두고 중구 신흥동에 2021년 나 홀로 아파트를 착공한 건축업자 A씨는 3월 공사를 마쳤으나 LH가 매입 의사를 표명하지 않아 약 7개월간 공고를 기다리다 결국 지난달 일반분양을 시작했다.

A씨는 "LH 기준에 맞추려 고가 자재를 사용했고, 부분 매입이 아니라 통매입만 진행한다고 해 상반기 내내 일반분양은 하지 않고 이자만 냈다"며 "LH 통매각이 불발돼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또 "이율이 전년 대비 40%가량 폭등한 데다, 전세사기 영향으로 일반분양 매물은 나가지도 않고 은행 대출도 까다로워졌다"며 "주변 영세 업자 10명 중 7∼8명은 올해 폐업 수순을 밟았을 정도로 타격이 크다"고 귀띔했다.

LH 매입에 의존하던 건축업자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꼴이다.

미추홀구 건축과 인허가 담당자는 "분양이 안 될 줄 예측해도 건축허가를 내줄 도리밖에 없다"며 "요건에 맞춰 서류만 갖추면 건축인허가를 거부할 근거가 따로 없다"고 부실한 현행 건축법을 꼬집었다.

허종식(민주·인천 동·미추홀갑)국회의원은 "지자체와 협의해 인허가 관련 기준을 더욱 강화하는가 하면 건축법 개정 사항을 논의하겠다"며 "도생은 주차장을 비롯한 기반시설이 부족해 생활편의가 떨어지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주차장 관련 조례로 제·개정해 기반시설 부족 현상을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소예 기자 yoo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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