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로켓포 공격을 감행하면서 시작한 이·팔 전쟁은 이스라엘 보복 공습으로 22일 기준 팔레스타인 사망자만 4천300명을 넘어섰고, 이스라엘 사망자도 1천 명을 넘겼다.

유대교와 이슬람은 기원전 같은 유일신(야훼=알라)을 믿는 아브라함 계통에서 출발한 종교지만, 제2차 세계대전부터 제4차 중동전쟁을 거치며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쌓인 깊은 종교 갈등이 이번 전쟁의 뿌리여서 누가 피해자고 가해자인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외신에서는 주로 선제공격을 하마스가 했기에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정당방위로 보복 공격을 한다고 보도하지만 그 범위와 강도가 적절한지도 논란이다.

중동은 벌써부터 이슬람 국가를 중심으로 반이스라엘 전선을 구축해 대응하려는 모습이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도 이에 맞서는 상황이어서 확전 가능성도 있다.

전쟁 초기 하마스가 습격한 가자지구 접경지역을 수복하면서 이스라엘 구호단체인 ‘자카’ 책임자가 전한 시신 수습 참상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자체였다. 시신 80% 이상에서 고문 흔적을 발견했고, 임신부와 어린이를 가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하마스를 ‘악마’라고 표현했다.

차마 글로 전하기 어려운 그의 증언을 듣기만 해도 분노가 치밀어 오를 정도니, 유가족이나 이스라엘 사람들이 느낄 증오의 크기를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17일 가자지구 병원에 로켓이 떨어져 환자와 노약자를 포함해 500명 이상이 숨졌다. 한 팔레스타인 아버지는 어린 자식의 흩어진 시신을 봉투에 담으며 오열했고, 그 모습을 전 세계에서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쏜 로켓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아직 진실이 드러나진 않았고 아랍권 증오는 끓어올랐다.

평화주의자인 기자로서는 두 세력이 화해해 어린이를 포함한 무의미한 희생이 그치길 바라지만, 여러 매체에서 보도하는 전쟁 참상을 보노라면 증오의 씨앗을 너무 많이 뿌렸다는 생각에 허탈함을 감출 길이 없다.

양쪽 다 신이 살인 면허라도 준 양 살인의 정당성을 강조한다. 그들이 믿는 신이란 존재는 믿지 않는 자에게는 이토록 비정하다는 말인가. 증오에 증오를 더해 보복을 낳고, 보복에 보복을 더해 참상을 낳고, 참상에 참상을 더해 종말을 낳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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