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복직을 앞둔 지인은 아이를 보낼 어린이집이 없어 전전긍긍한다. 1천400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에 국공립어린이집이 한 곳뿐이어서 ‘대기 번호표’를 뽑고선 자리가 나길 기다려야 한단다. 당장 보낼 곳을 찾아보면 다른 동에 민간어린이집이 있지만 차를 타고 이동하는 번거로움 탓에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워킹맘은 출근 준비와 아이 등원 준비를 동시에 하기에 거리가 먼 어린이집은 애당초 생각지도 않았지만, 그녀는 어쩔 도리 없이 자는 시간을 줄여야 할 상황이라며 한숨만 내쉬었다.

기자도 그 마음을 알기에 마음이 쓰였다. 왜 어린이집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늘 ‘번호표’를 뽑고서 힘들게 들어가야 하는지, 들어가서도 학대 따위 사건·사고가 왜 끊이지 않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2015년 인천에서는 믿기 힘든 아동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네 살배기 아이들에게 급식을 먹이던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음식을 남긴 아이에게 억지로 먹게 한 뒤 뱉자 강하게 머리를 내려친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아이가 멀찌감치 나가떨어지는 모습과 다른 아이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그 모습을 오롯이 지켜보는 장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사건 이후 전국으로 아동학대 파장이 일파만파 번졌고, CCTV 설치 의무를 비롯해 여러 방지책을 마련했지만 아직도 보육 현장에서는 아동학대가 발생한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린다. 기본 휴게시간마저 사치인 환경에서 학대를 의심하는 눈초리까지 견뎌야 하는 그야말로 극한 직업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듯,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행복해야 원생도 행복하다. 보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온갖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교사 처우부터 개선해야 한다.

인천시는 민선8기 공약사업으로 보육 환경 질을 높이겠다며 반영하려던 보육교사 처우개선비 인상분(1명 앞에 5만 원)을 내년 예산안에 아직 편성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도 내년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분야 예산을 올해보다 15%(75억 원) 삭감했다.

저출산이 심각해지면서 어린이집이 급격하게 줄어든 탓이겠으나, 젖먹이와 갓난애를 둔 인구밀집지역 맞벌이 부부는 오늘도 다짐한다. 둘째는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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