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국 인천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교수
서종국 인천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교수

인천경제자유구역이 2003년 출범 후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송도, 청라 그리고 영종으로 구성된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각각 다른 목적으로 매립을 시작한 후 복잡한 여러 차례 계획 변경을 거쳐 오늘에 이른다.

송도지구는 1984년 인천도시기본계획에서 인구 25만 명의 위락관광·주거기능 해양도시를 목표로 구상해 시작했다.

청라지구는 1980년 쌀 자립화를 위해 민간기업의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그리고 영종지구는 1990년 신공항입지 부지로 확정됨에 따라 해양종합관광휴양지로 시작했다. 초기 배경과 목표와는 달리 현재 모습은 큰 차이를 보인다.

애초 각기 다른 배경과 목적을 하나로 변경 통합해 새로운 구역으로 지정한 배경은 세계화와 국경 없는 경쟁이 치열한 당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여건을 반영한 결과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동북아 지역이 세계 3대 교역권으로 부상한 가운데 우리 경제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넛크래커(nut cracker)로 전락하는 위기를 맞았다. 이에 2002년 1월 14일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에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육성 기본구상을 발표하고, 고위정책조정회의 등을 통해 ‘경제특구 지정·운영에 관한 법률’을 그해 12월 30일 제정했다.

이 법률이 2003년 7월 1일 시행되면서 제1조에 명시한 바와 같이 인천의 송도(53.3㎢), 청라(17.9㎢), 영종(138.8㎢) 등 총 209㎢를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에 따라 2003년 8월 11일 우리나라 최초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 고시했다.

20년 짧지 않은 기간 동안 43만 명이 거주하는 국제도시로써 성과평가에서 S등급을 지속 받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 천지개벽한 모습이다.

길거리와 상가, 식당에 외국인 활동 모습이 낯설지 않을 만큼 외국 기업 유치도 매우 높은 성과를 달성했다.  아직은 다소 부족한 면이 없지 않지만, 외국인 정주 여건에도 획기적인 개선을 통해 국제도시로서의 면모에 모자람이 없다.

최근 핵심 전략산업인 바이오, 항공, 물류, 반도체 등을 미래산업으로 특화해 생태계 혁신 기반을 구축한 것은 자랑스러운 성과다. 인천의 먹고사는 문제인 산업생태계를 기존 제조업에서 탈피하고 글로벌 국제경제로 혁신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셈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지방세 수입이 2020년 1조 원을 돌파하면서 인천시의 20% 이상 비중으로 열악한 인천시 재정에도 크게 기여를 했다.

이러한 성과는 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시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실임이 분명하다. 바다와 갯벌에서 시작한 도전에 많은 시련을 극복하면서 20년을 투자한 인천경제청 임직원들의 노고는 박수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

세계 각국에서 인천경제청의 행정 노하우를 수입하고자 다각도로 접촉하고 협약을 체결하는 모습이 이를 증명하고, 다소나마 보상이 돼 자긍심에 기여하는 부분은 다행이다. 초기에 상하이 푸둥 사례를 벤치마킹하던 시대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면서 큰 자부심과 책임을 함께 갖게 한다. 20년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세계 최고로써 특별한 국제도시로 도약해야 하는 책임도 요구한다.

우리는 이미 K-POP과 K-방산 그리고 최근 K-FOOD의 성공 모습을 경험했다. 외국 문화를 맹목적으로 수용하던 시대를 멀리하고 세계 무대를 주도하는 현실 속에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도 20년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 경제자유구역을 주도하는 우리 특유의 국제도시로 도약·발전시켜야 한다. 외자 유치 수용자가 아니라 주도자로, 외국 기업의 도피처가 아니라 투자처로, 외국인 정주 욕구의 수용 도시가 아니라 창조적인 인천 다문화 국제도시를 선도하는 혁신적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 선진 국제도시를 모방하는 데서 탈피하고 100년 미래도시를 구현하는 도전적인 세계 유일의 국제도시를 준비해야 할 때다. 세계 각국에서 K-FEZ의 물결이 넘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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