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우리나라는 글로벌 선진국 중 가장 빠르게 고령층이 증가하는 국가다. 더욱이 저출산·고령화 흐름은 대한민국 미래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국가 존립에까지 영향을 준다. 이에 따라 고령자를 위한 각종 정책이 활성화되고, 고령자층 증가로 인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방안도 느는 추세다. 

문제는 규제를 강화하면 고령자 취업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제대로 된 분석을 통해 규제와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최근 고령 운전자의 사망사고가 증가하면서 적성검사 강화, 치매검사 의무화 같은 강화된 운전면허 허용 기준을 만들지만, 잘못하면 고령자 취업 대상 중 하나인 고령자 택시 운전에 방해가 되는 만큼 제대로 해야 한다. 물론 안전이 전제되지 않은 운전은 누구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의무다.

우리 고령자 정책 중 가장 많은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국가는 역시 일본이다. 특히 가장 많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참조하는 부분이 정책이나 제도적 기반이다. 사회 전반에 퍼진 각종 문화적 특성도 우리가 참조할 부분이 많다. 일본의 경우 고령자층이 이미 글로벌 국가에서 가장 많은 층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부분이어서 사회 각 분야에 걸쳐 각종 제도적 보완이 이뤄진다. 이미 20여 년 전부터 진행한 고령자층 증가는 국가 차원에서 제도화되고 시행 중이며, 국민들 사이에서도 몸에 밴 시스템이다. 

상대적으로 급격히 고령자층이 증가하는 우리로서는 아직은 생소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심지어 노노 갈등도 발생하면서 심각한 사회적 편견도 생긴다. 어른 공경이나 유교적 특성이 많이 사라지고 경로사상이 줄어드는 모습은 심히 걱정도 되고 안타깝다. 

일본 곳곳에 숨은 기능 중 여러 가게들을 보면 바닥에 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걷다가 턱에 걸릴 수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경사지게 하고 아예 평지 형태로 구조적 특성을 구축한다. 

표지판이나 가게 광고판도 큰 글씨로 꼭 필요한 내용만 적어서 고령자를 배려하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현금 출납기에는 큰 글씨로 보이스피싱 주의사항이 크게 적혔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계기판 글씨도 큰 글씨로 표현하고, 교통표지판도 큰 글씨로 쉽게 인지하는 형태가 많다. 

물론 일본은 우리보다 3급 운전인 급출발·급가속·급정지가 거의 없고, 속도는 낮고 앞뒤 차 간격도 커서 안전운전 인식도가 극히 높은 국가다. 상대방 배려 운전도 높아서 교통사고나 사망자 수가 가장 적은 국가 중 하나다. 장애인 운전을 위한 특수형 장애인차가 즐비하고 지원 특성을 잘 갖췄으며, 제작사들도 이에 함께 노력해 다양성을 자랑하는 특성이 있다. 장애인과 고령자는 움직이는 게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어 장애인 차와 고령자 차의 공통분모가 많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는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고령 운전자는 일반 운전자에 비해 느리고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이를 고려한 운전 시스템을 구비해야 한다. 일본을 다니다 보면 고령자 특성을 고려한 각종 시스템을 쉽게 보는데, 이에 대한 국민들의 당연하다는 생각도 우리도 참고해야 할 여유와 시스템이 아닌가 판단한다. 물론 일본은 우리와 달리 디지털 문화가 느리고 도입이 느린 관계로 아날로그식 시스템이 아직도 많은 국가다. 그러나 고령자나 장애인에 대한 모습이나 제도와 정책, 사회적 시스템을 보면 우리가 꼭 참고해야 한다. 

해외 각국 시스템을 참고하는 필자에게 일본은 다른 국가 대비 가장 참고할 만한, 훌륭한 사례가 많은 국가다. 

미국이나 유럽은 참고는 될망정 우리와 문화 차이가 커서 직접 적용이 어렵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심야에도 눈에 또렷하게 보이는 일본 도로의 도색을 보면서 우리 도로는 왜 이렇게 새롭게 도색한 경우는 보이지 않는지 생각해 본다. 우리가 하나하나 개선하고 배워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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