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 인하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박진호 인하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이학렬 민간 설계 회사 ㈜삼안 도시계획부 전무이사는 30일 "재개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도시가 황폐해지는 문제는 사업 규모를 줄이면 해결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원도심이 황폐해지는 까닭은 자금을 대규모로 투입해 대형 개발사와 계약하고 사업 기간도 길게 잡는 탓에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는 해결책으로 소규모 단위 개발사업인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소개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원래 있던 도로 체계를 유지하면서 소규모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으로,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재정비촉진법이나 도시·주거환경정비법이 아니라 2017년 제정한 특별법 ‘빈집·소규모주택정비법’을 따른다.

1만㎡ 미만 대지에 최대 15층으로 제한할 뿐만 아니라 정비계획 수립,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구성과 같은 절차를 생략해 사업 기간이 짧고, 수용 방식이 아니라 원주민 거주를 전제해 재정착 비율이 높다는 점이 재개발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 이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처럼 소규모로 조금씩 개발을 하면 지자체 쪽에선 담당자가 업무를 처리하기에 더 번거롭거나 대형 개발사와 이해관계가 틀어진다는 단점이 있겠지만 힘들어도 공공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며 "원도심 주민을 생각해 적정 규모로 재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박진호 인하대 건축학과 교수는 "‘제물포 르네상스’를 비롯한 원도심 개발사업 추진에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미 개발한 송도와 청라국제도시 한계점을 꼬집었다.

박 교수는 "송도·청라는 부동산 가치가 높아 잘 조성한 도시처럼 보이지만 실제 얼마나 활기를 띠는지 살펴보면 도시성은 결여됐다"고 잘라 말했다.

고밀도 아파트 단지와 공장, 대형 유통업체나 쇼핑몰 같은 건물이 기능상 분절한 데다, 갯벌이나 해안 수변 같은 지역 특색을 반영하지 않고 매립한 뒤 개발만 추구했기 때문이다.

이어 "자동차 중심 도로 체계가 보행자 없는 황량한 도시를 만들었다"며 "평일 오후 청라·송도를 거닐면 인파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 뿐 아니라 텅 빈 상가도 많다"며 "주거 형태는 고층 아파트뿐"이라고 천편일률 주택 유형도 비판했다.

이 같은 대규모 신도시는 계층을 나누고 빈부 격차를 심화해 공간 분열을 조장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돈 있는 사람은 신도시 아파트에, 돈 없는 사람은 원도심 슬럼가에 살도록 주거환경과 구조를 단순히 두 가지로 분리해 사회 갈등을 키운다는 얘기다.

그는 "인천시가 주도하는 공공 주택정책은 부실하다 못해 없는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정부 방침에 따라 도시공사를 필두로 이행하는 주택 정책은 앞서 살핀 매입임대제도처럼 민간업자에게 상당 부분 의존하는데, 인천시는 주택 정책을 수립·추진하는 주택국을 따로 설치하지 않은 데다, 도시계획국은 도시계획 업무보다는 도시 관리 업무를 주로 수행해 거시 관점에서 인천 주택과 도시 정책을 고민하는 노력은 사실상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박 교수는 시 정부 차원에서 소규모 시범사업단을 꾸려 원도심 군·구에 인천만의 다양한 주거 유형을 개발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민간 시공사에 맡겨 고층 아파트만 짓는 방식이 아니라 지자체에서 토지를 매입한 다음 지역별 특성과 생활인구 연령대, 지정학 특징을 고려해 구별로 특화 주거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앙 정책이 미비하더라도 현행법을 적극 해석해 인천만의 주택정책을 꾀하려는 지자체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주거정책과는 2017년부터 자투리 국공유지에 소규모 임대주택을 건립해 사회 약자에게 공급하는 ‘우리집’ 사업을 추진하고, 도시계획국은 지난달 26일 ‘도시형생활주택 개선 방안’을 마련해 기계식 주차장 설치 기준을 강화하는가 하면 주거 질을 높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윤소예 기자 yoo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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