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애 인천지방법원 조정위원
김미애 인천지방법원 조정위원

우리 민법은 질권을 담보물권 중 하나로 규정하며, 동산질권과 권리질권으로 나눕니다. 동산질권자는 채권 담보로 채무자 또는 제3자가 제공한 동산을 점유하고 그 동산에 대해 다른 채권자보다 자기 채권의 우선 변제를 받을 권리가 있고, 질권설정은 질권자에게 목적물을 인도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고 합니다. 

권리질권은 재산권을 그 목적으로 하는데, 이러한 권리질권설정은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그 권리 양도에 관한 방법에 의해야 합니다. 채권을 질권 목적으로 하는 경우 채권증서가 있는 때 질권설정은 그 증서를 질권자에게 교부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며, 지명채권을 목적으로 한 질권설정은 설정자가 제3채무자에게 질권설정 사실을 통지하거나 제3채무자가 이를 승낙함이 아니면 이로써 제3채무자, 기타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합니다. 질권 목적이 된 채권 실행은 질권자가 질권 목적이 된 채권을 직접 청구할 수 있으며, 채권 목적물이 금전인 때에 질권자는 자기 채권의 한도에서 직접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에 따라 채권자는 질권설정을 해 채무자 등이 제공한 재산이나 재산권에 대해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는데, 실무에선 은행이 임차인에게 지급한 대출금을 임대인에게 돌려받을 권리를 확보하는 형태로 자주 사용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A의 신용이 부족해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해 줄 수 없는데 집주인 B에 대한 임차보증금 반환 채권을 담보로 해 임차인 A에게 돈을 빌려 주는 것으로서, A에게 직접 전세자금을 주지 않고 은행에서 임대인인 집주인에게 대출금을 보내 주고 전세 만기 시 집주인이 은행에 전세자금을 반환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질권설정을 통한 전세자금 대출은 은행에서 집주인에게, 집주인이 은행에 바로 전세대출금을 입금하기 때문에 집주인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집주인이 질권설정대출을 통해 세입자가 들어오는 데 동의하면 세입자가 대출을 신청한 은행에서 보낸 질권설정 통지서를 받아야 합니다. 질권설정 통지서란 질권을 설정한다는 것을 내용증명으로 보내는 서류인데 질권설정자(임차인), 질권자(은행), 임대인 인적사항, 임대차계약 내용과 대출 내용을 포함합니다. 

이후 잔금일에 집주인 계좌로 잔금이 입금되고, 질권설정 통지서를 받은 임대인은 임대차 종료 시 또는 입주 전 계약이 파기돼 보증금을 반환할 때 보증금에서 당연공제액을 제외한 전세금을 해당 은행으로 반환합니다. 주의할 점은 임대인은 보증금을 임차인이 아닌 은행에 상환해야 하고, 이를 위해 취급 은행에서 계좌와 상환금액을 미리 확인해 둬야 합니다. 보증금 미반환에 대한 법적 책임이 집주인에게 있기에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했다면 은행에 말소처리 됐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질권설정을 통해 전세자금 대출을 실행해도 집주인에게는 어떠한 기록도 남지 않기에 집주인은 아무 피해가 없지만 아래 사안처럼 임차인에게 난감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질권설정을 통해야 대출을 실행할 수 있었던 A는 전세계약을 진행했고 가계약금까지 송금했는데 본 계약일에 계약 파기됐습니다. 집주인 B가 질권설정을 통한 대출은 자신이 매우 번거로우므로 진행이 불가하다며 계약 파기를 주장하고 가계약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가계약을 진행할 때 질권설정을 통한 전세자금 대출을 해야 한다는 부분을 B에게 알리지 않았기에 계약 파기 원인이 A에게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A가 공인중개사와 협의할 때 질권설정을 통한 전세자금 대출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가계약금을 전부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일이 없도록 질권설정을 통한 전세자금 대출을 실행할 시 상대방 집주인이 해당 사항을 정확히 인지하고 동의했는지 명확하게 계약서상 문구를 꼭 넣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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